[문화산책] 서머 타임
[문화산책] 서머 타임
  • 인천일보
  • 승인 201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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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아마티앙상블 대표

여름의 절정이다. 뜨거운 태양아래 눈부신 해변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있는 곳, 이국적인 정취를 더해주는 요트가 해안가에 떠다니는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바다에 가지 않고도 바다와 놀아보는 즐거운 몽상. 한 곡의 명곡이 선물해 주는 황홀하고도 충분한 휴식, 그 절정과 꼭 어울리는 '써머 타임'(Summer Time)을 친구 삼아 잠시 눈을 감고 멀리 여행을 떠나 보자.

'서머 타임' 은 미국의 모던 작곡가 조지 거쉰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Porgy and Bess) 의 1막 1장에 나온 곡으로 여자 주인공인 클라라가 아기를 재우며 부르는 자장가이다. '포기와 베스'는 1925년 발표된 듀보스 헤이워드의 원작 소설 '포기'(Porgy)를 바탕으로 한다. 이 곡의 무대는 1930년대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시의 '캣피시'라는 흑인 빈민가로 어부 제이크의 아내 클라라가 아기를 재우면서 부르는 노래다.
이 오페라는 흑인들의 애환을 담은 내용으로 여름의 풍요로움을 얘기하면서 엄마, 아빠가 아기를 항상 지켜주겠다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단순한 자장가 노래이다. 아가에게 부르는 자장가이니만큼 따스하고 행복한 가사를 품고 있는 노래이다.

'여름날이구나, 삶은 평온해, 물고기는 튀어 오르고, 목화는 잘 자라지. 아빠는 부자고, 엄마는 예쁘단다. 그러니 아가야, 울지 말고 잘 자렴. 언젠가는 네가 자라서 노랠 부르겠지. 날개를 펼치고서 날아오를 거야. 그 아침까지 널 해칠 건 아무것도 없어. 엄마와 아빠가 네 곁에 있으니 말이야.' 미국 남부의 느릿하고 애잔한 정서가 물씬 풍기는 '서머 타임'은 1935년 조지 거쉰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 1막에 나오는 아리아로 소프라노를 위해 쓰여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장르를 초월하여 많은 뮤지션들이 리메이크되고 있고 내노라 하는 재즈 음악가들은 물론이요 팝, 블루스, 클래식 등 장르를 불문하고 연주되는 불후의 명곡이다.

Summertime, and the livin' is easy~~으로 시작하는 감미로운 목소리의 재즈곡 '서머 타임'을 재즈의 여왕 엘라 피츠제럴드의 느릿느릿하게 이어지는 노래로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어느새 노래의 분위기에 젖어든다.
초콜릿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의 사랑의 노래를 듣다 보면 어느덧 더위의 기운도 사라지는 듯하다. 그렇다. 음악은 그런 힘이 있다. 한 곡에 인간사 희로애락을 다 담아 연주할 수 있는 음악은 행복감을 온몸에 스며들게 하고 즐거움에 들썩이게 할 뿐 아니라 어떠한 어려움과 시련이라도 잠재우며 이겨내게 만드는 것이다.

조지 거쉰은 미국의 대표적인 작곡가로 평가받는 인물로, 그의 곡들은 클래식, 재즈, 블루스, 대중음악, 흑인 영가 등을 섞은 크로스 오버의 대표곡들로 불리우는데 이런 점들이 복잡하고 다양한 미국과 잘 부합되어 가장 미국적인 작곡가로 알려지고 있다. 재즈와 클래식의 완벽한 결합을 이루어냈고, 재즈를 예술음악으로 끌어올린 미국의 작곡가 거쉰은 천부적인 선율의 천재였으며 그가 남긴 주옥과 같은 포퓰러 송은 지금도 스탠더드 넘버로서 많은 사람에게 애호되고 있다. 클래식 작품에도 그러한 그의 멜로디메이커로서의 재능이 충분히 발휘되어 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의 거쉰의 최고 걸작은 아마 '포기와 베스'일 것이다. 여기서는 등장 인물과 음악의 훌륭한 융합을 볼 수 있으며, 아마도 20세기에 태어난 오페라의 최고 걸작의 하나로 손꼽힐 것이다.
더운 여름밤의 끈적하고 나른함을 한껏 품고 있는 '서머 타임', 정말 뛰어나고 좋은 수많은 버전이 있지만 음악도 개인 취향이 강한 장르이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버전으로 추천해 본다. 추천 버전은 루이 암스트롱과 엘라 피츠제럴드의 듀엣 곡이다.

우리에게 'What a Wonderful World'로 잘 알려진 트럼펫 연주자 루이 암스트롱의 매력적인 보컬과 3대 재즈 디바 중 한 명이며 뛰어난 스윙 감각을 가진 재즈보컬 엘라 피츠제럴드의 멋진 하모니. 클래시컬한 바탕의 루이 암스트롱의 힘차고 깔끔한 트럼펫 연주를 시작으로 엘라 피츠제럴드의 흑인 정서가 잘 묻어나는 나른한 보컬이 일품이다. 이어 나오는 루이 암스트롱의 보컬 역시 감탄이 나온다. 같은 곡을 이렇게 다양하게 연주하고 노래하는 뮤지션들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이 여름 좋은 곡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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