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영자 감독
88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양영자 감독
  • 이종철
  • 승인 2019.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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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꿈나무 키우며 … '멋진 삶' 이어간다

대한체육회 청소년 지도자·하남 탁구교실 강사
'귀화' 몽골 제자와 시민 레슨 … 신앙생활 뒷받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서브는 남다르네요. 받아넘길 수가 없어요."

하남종합동운장 내 탁구교실에서 만난 한 중년의 남성은 탁구 레슨을 받으며 연신 땀을 흘렸다. 그도 그럴 것이 88올림픽 복식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양영자(55·사진) 감독의 레슨이기에 긴장감이 더했던 모양이다. 양 감독은 현재 대한체육회 청소년 전임지도자이자, 하남시 탁구교실 전임강사다.

양 감독이 하남시와 인연을 맺은 것은 5~6년 전이다. 기자 출신인 남편 이영철 선교사와 함께 몽골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돌아온 뒤 대한체육회가 가까운 하남에 정착했다고 한다.

"처음엔 서울과 근교에서 잠깐 살았어요. 그러다가 고즈넉한 매력에 빠져 하남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올림픽공원과 가깝기도 하지만 잘 갖춰진 도서관, 조용하고 이색적인 산책길, 천진난만한 청소년들이 있는 하남시가 좋았어요. 성경 번역을 하고 조깅을 즐기는 남편이 특히 좋아했죠."

양 감독만 하남과 인연을 맺은 것은 아니다. 대우증권과 서울시청 실업팀 선수였던 이시은 코치 역시 그에 손에 이끌려 하남탁구교실에서 일반인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 코치는 내몽골에서 귀화한 선수다. 양 감독 부부가 15년간 몽골에서 선교사역을 감당할 때 탁구를 가르치던 어린이 두 명을 귀화시켰는데, 그 중 한 제자다. 나머지 한 사람은 대한항공 소속의 이은혜 국가대표 선수다.

"몽골도 우리나라처럼 내몽골(중국)과 외몽골로 나눠져 있어요. 그래서 그 곳 아이들에게 정이 갔고, 탁구를 가르치기 시작했죠. 내가 가진 달란트가 탁구 가르치는 일이잖아요."

양 감독은 그렇게 정이 든 이시은 코치와 이은혜 선수를 데리고 귀국했다. 한국에 오니 입양절차가 필요했고, 다행히 두 명의 목사 부부가 선뜻 나서 양부모가 돼줬다고 했다.

"아이들이 처음엔 언어·문화의 장벽 때문에 힘들어했지만 신앙생활을 하면서 점점 좋아지더라고요. 딸이나 마찬가지죠. 시집갈 때 챙길일이 걱정입니다. 호호호."

양 감독은 스타 선수로 조명을 받았지만 선수 이후의 삶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25세에 88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1년 뒤 은퇴하고 제일모직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죠. 갑작스런 환경 변화 탓인지 당시 우울증이 심했어요. 그런데 그해 어머니마저 간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조울증까지 겹치면서 버티기 힘든 상황에 처했었어요."

그런 자신을 남편인 이영철 선교사가 보듬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요양 중일 때 지인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고 남편과 함께 신앙생활을 시작, 선교사역을 하면서 몸도 정신도 점점 호전됐다.

인터뷰 말미에 양 감독은 충북 보은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2주간 전국 16위 안에 드는 초등학교 선수들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국가대표 후보 선수들과 전국의 엘리트 꿈나무 선수들을 다 가르치다보니 현재의 국가대표 선수 대부분은 양 감독의 지도를 거쳤다고 한다.

화려한 스타선수·지도자로서 세계무대를 누비고, 다시 신앙인이자 체육지도자로서 하남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양 감독의 모습에서 인생의 아름다움이 엿보였다.

/하남=이종철 기자 jc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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