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일 논설위원

무의도(舞衣島)와 용유도(龍遊島). 어릴 적엔 연안부두에서 배를 타고 한참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곳이었다. 배에서 낭만을 즐기며 푸른 바다의 정취를 만끽했다. 여름철이면 을왕리·왕산·하나개 등의 해수욕장이 피서객 맞이에 분주했다. 추억이 새롭다. 그러다가 1992년 말부터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 바다를 매립해 인천공항 부지 조성 공사를 하고, 2001년 3월 개항을 하면서 섬 환경이 확 바뀌었다. 연도교가 놓이면서 용유도는 배를 타지 않고 차로 갈 수 있었다. 거의 육지화했다. '섬 아닌 섬'이 된 셈. 무의도로 가는 길도 달라졌다. 용유 잠진도에서 배로 15분 정도 걸렸다.

자그마한 무의도의 변모는 25년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섬 주민들만 오르던 호룡곡산(245.6m)과 국사봉(236m) 등산길을 개발·정비하면서부터다.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트레킹 코스'를 만들었다. 산 정상에서 확 트인 앞바다가 보여주는 정경은 그만이었다. 이후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여기에 영화 '실미도' 촬영지가 무의도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그랬다. 실미도는 무의도 바로 앞에 놓인 무인도.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 때는 가서 구경할 수 있다.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 구청의 '실수'로 영화 세트장 등이 사라진 일은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런데 지난 4월 말 잠진도∼무의도 연결 무의대교를 개통하면서 무의도엔 골칫거리들이 생겼다. 연륙교를 만들고 나면 섬 주민들에겐 좋고 나쁜 점이 공존하기 마련인데, 무의도도 그렇다. 다리 개통 후 관광객이 부쩍 늘어 주민 생활에 활력을 주는 일은 아주 괜찮다. 그렇긴 해도 관광객 급증 여파로 나오는 주차난, 식수난, 통학난 등은 주민들에게 큰 불편을 준다. 이미 예상됐던 문제를 당국에서 미리 헤아리지 못한 것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무의도를 찾는 관광객은 다리가 놓이기 전보다 평일 9.4배, 주말 3.8배씩 늘었다고 한다. 차량 통행량도 평일엔 평균 2660여대, 주말엔 4300여대에 달한다고 하니 '교통지옥'이 따로 없겠다. 관광객 폭증으로 인한 식수 사용량도 치솟았다. 하루 관광객 3000여명인 여름철엔 마을상수도로 공급할 수 있는 물이 바닥을 보이기 일쑤다. 무의분교에 다니는 어린 학생들도 통학에 불편을 겪는다. 많은 관광객이 버스를 타면서 무의도 학생들에겐 버스를 탈 공간이 태부족한 데다 그나마 콩나물 시루처럼 시달려야 한다. 인천시와 중구, 시교육청 등이 부랴부랴 대책을 세우겠다고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엔 못 미친다. 이래 저래 들썩이고 있는 무의도의 앞날이 하루빨리 더 밝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