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지난해 실효성 문제에 부딪혀 중단됐던 '택시 보호 격벽 설치 지원' 사업을 내년에 재추진하기로 했지만 택시운전자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22일 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달 31개 시군에 공문을 보내 택시 보호 격벽 수요를 조사한 결과 모두 9개(부천, 화성, 남양주, 평택, 군포, 이천, 안성, 포천, 의왕) 시군에서 1300대의 수요 요청이 들어왔다. 도는 수요에 따라 기존 사업을 정비해 내년 초 재시도할 계획이다.

 사업이 도입되면 택시기사는 보호 격벽을 설치하기 위한 비용의 80%(도 30%, 시 50%)를 지원받을 수 있다. 보호 격벽의 단가는 25만여원으로 택시기사는 약 5만원을 내면 된다.

 앞서 도는 지난 2015년 민선 6기 공약에 따라 택시 안에서 벌어지는 폭행을 예방하고자 택시 격벽 설치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택시 안에 보호 격벽을 설치하면 공간이 좁아져 요금을 결제할 때 불편함이 발생하고 설치비가 부담스럽다는 반응 때문에 지난해 사업이 중단됐었다.

 특히 택시 보호 격벽 설치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업이 시행된 2015년부터 2018년까지의 집행실적을 보면 총 설치 대수는 1397대(2015년 273대, 2016년 336대, 2017년 837대, 2018년 362대)로 연평균 334대 정도만이 설치됐다.

 또한, 전체 31개 시군 중 8개(안성, 포천, 의왕, 여주, 동두천, 과천, 가평, 연천) 시군은 보호 격벽 설치를 원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도가 재추진 의사를 밝히자 택시종사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수원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A씨는 "보호 격벽을 설치하면 손님을 믿지 못해 벽을 치는 기분"이라며 "손님과 대화도 하지 못하고 갑갑해 꼭 필요한 사업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택시 보호 격벽 설치 사업은 호불호가 갈리는 사업"이라며 "일단 수요가 들어왔지만 나중에 택시기사들의 변심으로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신청한 택시기사들은 내년 사업이 시행되면 꼭 신청해 설치를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채은 기자 kc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