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송도소식지 주민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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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한 역사를 기록해온 우리나라의 오늘날 현실도 갑갑하다. 국민을 위한 일이라며 외치는 구호들이나 국민들의 뜻이라며 들고 나서는 촛불도 때로는 선뜻 공감이 가지 않는다. 이유야 많으나 무엇보다 국민과 민생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화합하고 상생해 잘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라는 생각마저 든다. 나라와 국민을 위한 일이라면 합리적인 공통점을 향해 접근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많이 피곤해졌다는 느낌이다. 안보의식에 대한 불안감도 증폭됐다. 무엇이 이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한 일인지 지도층은 각성해야 할 것이다.

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팽배하다. 실제로 현실에서 느끼는 경제 체감지수는 비관적이다. 샐러리맨들이야 그런대로 현상을 유지하겠지만 중소 자영업자의 형편은 심각하다고 한다. 또 고용 불안으로 청년일자리도 악화일로다.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국민들의 저력이 다시 필요해진 시점이다.
취준생들의 고민은 깊다. 수치로 공개되는 여러 통계자료는 현실감이 있는 것일까. 최저시급의 알바를 전전하는 사람들도 많다. 예전에는 대학만 나오면 취업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던 경기 호황 시절과 대비된다.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인지 총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고학력자들이 시간제 알바로 내몰리거나 취업이 안 돼 백수신세로 있어야 하는 오늘날의 현실은 국가적 경제위기임을 대변해주는 현상이 아닐까.

국민성도 많이 달라졌다. 근로기준을 앞세워 정해진 시간 외에는 일하려 하지 않는다. 근무시간에 제한되지 않고 시간 외로 남아서 일하던 근면성이 사라졌다.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발전이 곧 자신의 발전이라는 생각도 희석됐다.
개인주의가 발달하고 워라밸을 주장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해진 퇴근시간이 되면 자리를 뜬다. 그것이 합리적인 근무여건인지는 다소 회의적인 생각이다. 나라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신력부터 다잡아야 할 때다.

관광수지 적자폭이 늘어나면서 만연한 해외여행 풍조도 경제침체에 한 몫 한다는 생각이다. 소비를 줄이고 돈을 모아 휴가철이나 연휴기간이 되면 너도 나도 해외여행을 떠난다. 다양한 체험을 하고 외국의 문화를 배우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엄청난 돈이 그만큼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할 것이다. 물품을 구매하는 성향도 많이 바뀌고 있다. 명품이라는 이름으로 해외브랜드를 선호하고 인터넷을 통한 해외직구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산업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내수를 살리는 일도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긴축하고 절약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고 본다. 적당한 소비와 지출은 경기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 준다. 국내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국내제품을 많이 사줘야 하고 국내소비도 필요하다. 그것은 곧 국내 산업이 활기를 되찾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앞으로 인공지능 로봇 시대가 도래하고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세계가 구체화된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인간의 존재감마저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 다함께 공생하고 상생하는 안정된 기반을 마련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