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묵 인천콘서트챔버 대표

 

클래식 공연을 무대에 올리면서, 과거보다 악장과 악장 사이 박수치는 관중이 점점 줄어든 모습을 체감한다. 클래식 음악회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감상 방식 또한 자연스레 인식된 것이다. 연주 도중 박수를 보내는 것이 재즈 공연의 문화인데 클래식 공연에 익숙한 관객은 종종 당황함을 감추지 못한다. 무대에서는 재즈의 자유로운 음악이 울려 퍼지지만 객석의 분위기는 클래식 공연장만큼 경직되어 있다. 클래식과 재즈, 각기 다른 음악을 즐기는 방법을 알면 즐거움을 배가할 수 있다.

우리는 서양 음악을 지칭할 때 클래식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한다. 클래식은 중세시대를 시작으로 현대에 이르는 기악 또는 성악 작품이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이 살았던 고전시대의 음악 작품을 지칭한다. 그렇다면 서양 음악 전체를 클래식이라 부르는 것과 특정한 시대를 클래식이라 부르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

중세시대에는 신에 대한 찬양과 경배를 위해 악기를 최소화해 인간의 목소리로 음악 작품을 연주했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사랑, 우정 등 세속적 이야기를 다룬 음악이 탄생했고 바로크 시대에는 본격적인 직업 연주자가 탄생하며 고용주에 귀속되어 다양한 작품 활동과 더불어 즉흥 연주로 무대를 가졌다. 고전시대에는 음악을 학문으로 접근했기에 쉼표 하나 음표 하나에 목숨 걸어 지켜내듯 연주하는 방식이 유행했으며, 낭만시대에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고전 음악에 매력적인 기교를 가미해 음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었다.

다양한 음악 역사가 얽히고 설켜 있는 가운데 고전시대는 음악을 학문으로 취급했다. 당시 작곡가들은 과거 음악의 전통적인 기법에 어긋나지 않되 자신만의 스타일이 드러날 수 있는 창작 활동에 전념했다. 연주자들은 악보에 기보되어 있는 그대로 연주하는 방식을 미덕으로 삼았다. 이러한 노력은 음악 창작과 연주법의 공식을 발전시켰다. 다시 말해 음악 제작과 연주법의 매뉴얼이 생긴 것이다. 시대별로 음악적 특징이 뚜렷하지만 시스템과 매뉴얼을 만들어 서양음악 발전의 초석을 쌓은 고전시대를 외래어로 클래식이라 부르고 서양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이 탄생한 시대이기에 서양의 옛 음악을 통틀어 클래식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클래식의 특징은 관객에게까지 영향을 끼쳐 음악을 작품으로 인정하며 곡의 완결을 중시하는 감상 문화를 자리 잡게 했다.

이에 반해, 재즈는 탄생부터 다른 배경을 갖는다. 19세기 미국에서 발생한 음악, 재즈는 서양의 시대별 음악보다 조금은 민족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당시 미국 남부지방 루이지애나주는 유럽 국가들의 침략을 받았다. 유럽의 식민지에서 유럽인의 자손으로 태어난 혼혈 민족 크레올은 유럽과 미국의 문화를 동시에 접할 수 있었다. 이들은 새로운 음악 장르인 래그타임을 만든다. 추후 래그타임 음악에 스윙 리듬을 접목하고 즉흥 연주를 가미해 재즈로 발전했다.
재즈에도 세분된 장르와 특징이 있다. 재즈의 대표적인 장르인 모던 재즈는 마치 서양음악사의 고전시대 음악과 상응하는 장르다. 그만큼 재즈 발전의 기틀을 마련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카페나 라운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스탠다드 재즈를 모던 재즈라고 한다. 모든 재즈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재즈는 스윙 리듬을 기본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 위에 재즈만의 강력한 무기인 즉흥 연주를 가미한다.

서양음악사 중 바로크 시대에도 즉흥 연주는 존재했다. 하지만 재즈의 즉흥 연주만큼 화려하거나 개인의 기량을 뽐낼 수 있지는 않았다. 재즈는 연주자의 즉흥 연주 기량으로 음악의 옥석이 판별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곡이 연주될 때 연주자의 즉흥 기법으로 음악 분위기부터 러닝 타임까지 조절이 가능하다. 클래식 음악과 분명한 차이점을 보이는 부분이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은 명곡이 있고 재즈 음악은 명연주자가 있다고 말한다. 즉흥 연주 중인 재즈 연주자에게 곡의 중간이라 할지라도 박수를 보내는 문화는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음악은 학문이기 전에 우리에게 감상의 대상으로서 존재한다. 따라서 자신의 취향에 따라 클래식, 재즈 혹은 다른 장르를 선택해 나만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다.
음악을 리듬과 멜로디 자체로 가볍게 음미하는 것도 좋은 음악감상법이다. 하지만 때로는 음악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곁들여 감상한다면 더욱 더 풍성하고 흥미로운 음악감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