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현 인천남동구의회 의장

 

일본정부가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지난 7월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지난 2일에는 포괄적 수출 우대자격을 의미하는 '화이트 리스트'에서 대한민국을 제외시켜 사실상 한·일 간 경제전쟁을 촉발시켰다.
이에 대응해 우리 정부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시켜 한·일은 강대강으로 대치하고 있다. 우리 국민과 정부는 사실상 이를 '제2의 임진왜란'이라고 받아들인다.
한·일 외교관계에서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는 우리 국민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

최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펴낸 <반일 종족주의>란 책에 대해 구역질이 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영향인지 주요 온라인 서점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노이즈 마케팅이 된 셈이다.
이 교수는 '강제징용은 허구이며 일본에 돈벌러 간 노동자들이 있었을 뿐이다', '독도는 세계사적으로 존재가 모호한 분쟁지역이다', 위안부 관련 주장도 '색시장사가 돈벌이가 최고인 시대 조선인 매춘업은 전시에 각국으로 활발하게 진출하였다', '여인의 역외 송출은 일본군 위안부 송출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들만의 프레임에 갇혀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일부 '지식충(蟲)'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들은 지금 정권이 망해야 우리나라가 살 수 있다고 호도한다.

일제 강점기 시대 친일 매국노들은 그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일본에 나라를 팔고, 그의 후손들은 경제적 어려움 없이 사회의 지배계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현재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가.
단재 신채호 선생의 며느리 이덕남 여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가가 이완용 등 친일파 땅은 찾아주면서 독립을 위해 하나뿐인 목숨을 바친 분들의 땅 한 평 찾아줘 봤냐"며 비판했다. 친일청산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과연 이러한 현실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독일의 경우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7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전범들을 죽기 전에 잡아서 처벌해야 된다며 90세가 넘은 전범들도 재판대에 세우겠다고 계속 추적 중인 사실은 우리가 정면교사(正面敎師)로 삼아야 한다.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인 독일과 일본의 전쟁과오에 대한 시각은 또 어떠한가. 독일은 아직도 피해국가와 피해당사자에 대한 사죄와 보상이 이뤄지고 있다.
1970년 빌리 브란트 서독 수상이 폴란드를 방문해 바르샤바 '게토 영웅들에게 바치는 기념비' 앞 무명용사의 묘에 참배하던 중 갑자기 무릎을 꿇은 사건은 주변 국가들의 신뢰를 회복시켜주었고 독일 통일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아직도 독일은 젊은 세대들에게 독일이 저지른 전쟁에 대한 역사를 철저히 교육시키고 있으며, 전범기인 나치깃발을 쓰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 독일은 세계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지금도 피해 국가들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위안부와 강제징용을 부정하며 전범들의 유골을 야스쿠니신사에 합사시켜놓고 일본의 정치인들이 해마다 참배한다.
일본 전후세대들에게는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며 제국주의와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 전범기인 욱일기를 거리낌없이 국제스포츠나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에서 버젓이 들고 나와 응원을 해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다. 일본은 과거를 인정하기보다는 전쟁범죄를 부정하고 전쟁에 참패한 치욕된 과거를 지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역사는 미래를 풀 수 있는 현재의 열쇠이다. 일본이 과거사를 지우는 동안 우리는 과거사를 기록하고 보존해야 한다. 역사는 근거가 없으면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3·1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라며 "도전을 이겨낸 승리의 역사를 국민과 함께 만들겠다"고 말했다.

주변 강국에 휘둘리지 않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올바로 된 역사를 배워야 하는 것이다. 또다시 일본의 경제 식민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