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협의회, 우여곡절 끝 합의 … 배다리 관통도로 '반대원칙' 강조
▲ 인천 배다리마을을 가로지르는 '동구 송현동~중구 신흥동 간 연결도로' 공사가 중단 8년 만에 재개된다. 사진은 공사가 중단된 된구 송현 쌍굴터널 일대 모습.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주민대책위원회는 기존의 전면 폐기 또는 전 구간 지하화 요구를 철회한다. 다만 이런 입장의 명분과 정당성까지 포기한 것은 아니다.'
21일 인천시와 주민 대표, 전문가가 참여한 '동구 송현동~중구 신흥동 간 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협의회'가 우여곡절 끝에 합의서를 발표했다.
주민대책위는 10년 가까이 끌어왔던 반대 운동에서 한발 양보했고, 인천시는 피해 대책을 반영하기로 했다. 주민대책위는 합의서 첫머리에 '배다리 관통도로'를 반대한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민관협의회에 참여한 주민대표는 "오늘 합의는 마무리가 아니고 시작"이라고 했다. 이번 발표문도 '1차 중간 민관 합의서'에 불과하다.

▲민관협의회 구성부터 합의까지
박남춘 인천시장은 지방선거를 앞둔 지난해 4월 '배다리 관통도로 대책위원회' 천막 농성장을 방문했다. 소통을 약속한 박 시장 취임 이후 갈등 해결 논의가 본격화했다. 지난해 10월 주민대표 3명과 인천시, 동구, 전문가가 참여한 민관협의회가 첫 회의를 열었다.
불신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았다. 그해 말까지 3차례 추가 회의를 진행한 민관협의회는 공회전을 거듭했다.
변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건 이달 초였다. 민관협의회는 일주일에 한 번꼴로 회의를 열어 접점을 찾았다. 지하차도 통행 속도를 시속 50㎞로 제한하는 소형차 전용도로로 추진하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상부 활용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면서다.
합의서 문구를 놓고 발표 직전까지도 이견이 오갔다. 주민대표 3명 가운데 1명은 탈퇴를 선언했고, 다른 1명은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배다리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원도심 마을을 관통하는 산업도로를 계획한 것부터 잘못됐다는 점을 다시 한번 지적한다"며 "이번에 합의한 것은 도로 부지 활용을 둘러싸고 지역 주민 갈등을 유발해 문제를 풀려는 시도를 방관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꿴 도로"
사업비 1616억원이 이미 투입된 이 도로는 인천항 수출입 물동량의 원활한 수송 체계를 구축하는 목적으로 설계됐다.
반대 주민들은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김포 구간 개통으로 산업도로 기능이 중복되고, 역사·문화 가치를 지닌 배다리마을을 가로지른다고 주장해왔다.
고가교에서 터널을 지나고 경인전철 아래를 통과해 지상으로 올라오는 '롤러코스터' 형태라는 점도 문제시됐다.
이번 합의로 배다리 지하차도 공사가 착수되지만 과제도 쌓여 있다. 합의서에는 주민 피해가 발생하면 보상 절차를 밟고, 운행 중단 등의 법적 조치에도 나서도록 돼 있다. 주민감시단 운영과 2구간(송현터널~송림로) 개통에 대해서도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
박 시장은 "주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 설계에 반영하겠다"며 "배다리의 문화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도시재생 방식의 주거환경 개선사업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