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자치단체들이 인천e음카드를 둘러싸고 혼돈에 빠져있다. 연수구는 지난 19일 "연수e음카드 발행액이 1000억원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카드 발행 49일만의 성과로, 전국 최단 기간 기록을 경신한 것이란다. "소상공인 매출증가와 소비의 외부 유입 효과도 있다"는 자랑도 덧붙였다.

반면 e음카드를 처음 발행했던 서구는 지난 18일 캐시백 제공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관련 예산이 3개월여 만에 바닥났기 때문이다. 서구는 인천e음카드에 자체예산으로 4%의 혜택을 더 지급하는 파격적인 조치에 나섰다. 그 덕에 발행 15일 만에 가입자 수가 4만6000여명을 넘어섰다. 발행목표 1000억원은 70일 만에 달성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폭발적인 수요에 밀려 캐시백을 중단하고 말았다. 다음 달 초 사업을 재개한다고 하지만 '오락가락 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던 남동구는 e음카드 도입 보류 결정을 내렸다. 구의회가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적고 세금만 계속 들어간다"는 이유로 예산을 부결시킨 탓이다. 이 와중에 계양구는 '내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다른 지역과 달리 계양구에는 왜 지역화폐가 없느냐"는 민원 때문이란다.
인천시는 지난 16일 e음카드 예산으로 456억원을 쓰겠다며 시의회에 승인 요청했다. 수도권매립지에서 넘어온 예비비에서 돈을 빼 쓰고 내년에 갚겠다는 심산이다. 당장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인천시가 예측을 잘못해 추가로 예산이 들어가야 할 판에 "수도권매립지에서 넘어온 돈까지 써야 하느냐"는 쓴소리다. 인천시는 이미 올 초 "향후 4년간 9300억원의 추가 예산소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자체 분석을 제시했다. 재정건전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빚이 1조원 가까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래놓고도 여기저기 돈 들어가는 사업을 벌여놓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붉은 수돗물 사태까지 터지면서 예상치 못했던 추가 예산 투입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지금의 상황은 인천시가 자초한 결과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인천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인천시는 지금이라도 무분별하고 불요불급한 사업을 재정비하는 등 특단의 예산 절감 조치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