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의왕 갈뫼중학교 역사 교사

 

 

100년 전 식민지 조선의 독립 운동가들은 스스로 정치의 주인공이 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고 노력했다. 그들이 행복할 세상이 아닌 후손에게 물려줄 아름다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우리 국민이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따른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조치로 촉발된 한일 양국의 갈등 속에 100년 전 못지않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 나라의 주인공이 되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전체주의 국가들이 일으킨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식민지 주민들의 삶은 끔찍하고 비참했다. 전쟁터의 맨 앞줄에 총알받이로 투입되거나 고통스런 강제 노동에 시달렸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월급도 받지 못한 채 매일 12시간 이상 지옥 같은 일터에서 채찍을 맞으며 일해야 했고, 명령에 조금이라도 따르지 않을 경우 살해당하기도 했다. 이렇듯 인간답게 살 권리를 빼앗은 제국주의자들의 잘못은 분명 사과받아야 할 행위이기에 사실상 반대 의견이 무색하다. 그럼에도 상대할 가치조차 없는 말이 서슴없이 들려오고 있다는 것이 개탄스럽다.

교실에서 학생들과 토론을 하면 자신과 같은 입장이 다수일 땐 마치 그것이 정답인 것처럼 안심하고 기뻐한다. 또 상대 쪽 학생들은 어떻게든 지지 않겠다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다가 논제를 벗어난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나는 토론에서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앞서면 안 된다는 것, 상대방이 주장할 내용을 충분히 예측하고 준비해야 자신의 주장을 더 논리적으로 피력하고 상대를 이해시킬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평소 학생들과 '3·1운동의 정신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실현되고 있는가'를 주제로 토론을 하면 자유와 정의, 용기, 단결의 키워드를 많이 이야기한다. 토론 후 칠판에 적힌 판서의 내용을 보면서 촛불 집회, 미투 운동 등으로 3·1운동의 정신이 실현되고 있음은 기뻐하고 양극화 현상, 좌우 갈등 등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은 우리의 노력으로 해결해 나가자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학생들도 이런 생각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을 만큼 우리의 미래는 밝고 튼튼하다. 그런데 과연 어른들은 그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궁금하다.

100년 전의 우리가 아니기에 지지 않겠다는 말도, 끝까지 싸워 이기겠다는 말도, 추이를 지켜보며 외교적 노력을 총동원하자는 말도, 일본 상품의 불매운동도 모두 각자의 애국 방식이라 이해하고 싶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많은 사람이 어울려 사는 곳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이 나와야 마땅하다. 그러나 다양한 의견들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 자신의 입장을 고집하려는 바람에 상대의 의견 따위는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고수하다 급기야 일본을 옹호하는 의견들이 등장한 것은 심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다양한 의견들 중에서 '무엇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함으로써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또 위기의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적어도 우리끼리는 단결된 힘을 보여줘야 한다. 독립운동의 방법이 달랐던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진영의 독립 운동가들이 기회주의자들의 자치론 주장에 하나가 돼 신간회를 결성했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이미 100년 전 선조들의 독립의지에서 지금 상황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미 독립선언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우리 자신을 바로 세우는 것이지 남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양심이 시키는 대로 우리의 새로운 운명을 만들어 가는 것이지 결코 오랜 원한과 한순간의 감정으로 샘이 나서 남을 쫓아내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