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세종과 이종무를 떠올린다

 

 

10여 년 전, 일본의 한 유스호스텔에서 하루를 묵은 적이 있다.

그곳에서 만난 일본의 젊은이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들은 일본의 한반도 강점을 '스테이'라고 표현했다.

그들이 나를 배려해서 그런 표현을 썼을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그들의 침략을 미화하는 듯한 그 표현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너희 일본에는 왕이 있지? 만약 한국의 정치인과 깡패들이 너희 일왕 부인을 칼로 베고 태워 죽인다면 어떻게 할래?"

말이 없어진 일본의 청년들. 내친김에 명성황후 시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미안, 우린 배운 적이 없어서..." 언제나 그랬다. 그들은 자신들의 탐욕으로 수천수만의 백성을 벌레보다 못한 존재로 여겼지만, 자신들의 만행을 잊고 다시 침략을 일삼았다.

그들은 고려 시대에 왜구라는 이름으로 우리 국토를 유린했다. 또한 삼포와 사랑진에서 난동을 일으켜 수백 명의 조선인을 살상하더니 임진년에는 명나라로 가는 길을 내달라며 극악무도한 만행을 저질렀다.

그뿐인가. 19세기에 들어서 그들의 침략에 저항하던 우리 수만의 동학 농민을 살육했고, 남한대토벌이란 이름으로 우리 산하를 유린했다.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 당시 자국민의 불만을 무마하려 1만 명에 가까운 우리 동포를 살육하거나 방조했다.
전쟁은 끝이 아니었다. 해방되고 우리 백성이 우키시마호를 타고 돌아올 때, 일본은 고의로 배를 폭파해 수천 명의 우리 동포를 살해한 의혹까지 안고 있다.

그랬던 일본이 우리의 비극인 6·25전쟁으로 되살아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더니, 2019년 그들은 이런저런 일들을 문제 삼으며 뱀의 혀를 날름거리고 있다.

언제나 그랬다. 일본은 항상 침략자의 칼을 들고 서 있었고, 우리는 숨죽이며 당해야 했다.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 보니, 우리도 그들의 콧대를 꺾은 적이 있다.

1419년, 세종대왕은 이종무에게 대마도를 정벌하라 명한다. 이종무는 왜구 114명을 참수하고 백 척이 넘는 선박을 불태웠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정벌 후 일본의 침략이 한동안 잠잠했다는 점이다.

2019년 8월 일본은 대한민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했다. 대한민국은 1965년 일본과 국교 수교 후 수십 년 동안 그들 경제에 예속되어 그들의 필요에 의해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분류돼 일본과 교류를 해왔다.

그러나 종군위안부 판결과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 그리고 턱밑까지 추격한 한국에 불안함을 느낀 일본은 궤변과 함께 망언을 늘어놓으며 우리를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한 뒤 우리 탓을 하고 있다.

이는 언제나 해왔던 도발의 연장이며 21세기의 또 다른 경제침략이라 할 수 있다.

기해년 여름, 일본은 이번에도 보이지 않는 칼로 우리를 위협하며 무릎을 꿇으라 한다. 이러한 적반하장의 시절, 우리는 다시 세종대왕과 이종무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