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인 항일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입법 제도 추진 등 공적인 영역으로 친일 문제를 확대할 시점입니다. 친일 부역자들을 색출해 친일문화를 완전 청산해야 합니다."
작곡가 안익태의 친일 행적을 다룬 '안익태 케이스'의 저자인 이해영(57)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19일 문화예술계의 친일 잔재 청산 최우선 과제로 '친일 청산을 위한 입법 추진'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친일 청산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졌지만 법적 제도나 여건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된 친일 청산을 하기 위해 공적인 영역 즉 국가가 주도하는 친일 완전 청산이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993년 정부가 실시했던 조선총독부 철거를 친일 잔재 청산의 좋은 예로 꼽았다.
이 교수는 "조선총독부 철거 당시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과 예술적,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점 등의 이유로 잡음이 많았지만 현재는 조선총독부 철거가 당시 정부의 업적 중 하나가 됐다"면서 "그때의 일제 잔재 정리방식처럼 남아있는 친일문화의 잔재를 과감히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친일 부역자 청산 시 나치 부역자를 처단했던 유럽사회의 방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4년을 나치에 지배당했던 유럽 사회와 40년을 일본에 지배당한 한국 사회는 과거사 정리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며 "정리 정도를 따져볼 때 한국 사회는 현재까지 친일 청산을 아예 하지 못한 것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럽 사회가 나치 부역자들을 부역 정도에 따라 등급을 매겨 처단했던 방식과 입법을 추진한 내용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한국 사회에도 이 같은 방식의 적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최근 경기도가 문화예술계 친일 잔재 청산을 위한 조사 연구용역에 나선 것을 적극 지지했다.
그는 "문화예술이라는 분야는 일본이 식민 지배를 하기 위한 수단 중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면서 "경기도 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에서 친일 잔재를 청산하는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제 정치권이든 지자체든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며 "정과 관의 시민 눈치 보기가 제도의 개선이나 친일파 청산으로 이어진다면 친일 완전 청산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