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시에 드리운 그림자 … 친일 논란 현재 진행형

 

▲ 친일음악가 홍난파의 동상.

 

▲ 1975년 남양주 진전읍에 세워진 춘원 이광수 기념비. /사진제공=경기도
▲ 부천 상동에 설치돼 있던 친일 문학인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시비(詩碑)가 철거된 곳에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새겨진 시비가 새로 세워졌다. /사진제공=민족문제연구소 부천지부


국가 주요 행사에서 불러온 애국가, 교과서 속에 나오는 시와 소설 등 문화예술 분야의 친일 잔재는 생활 속 깊숙이 뿌리 박혀있다.
19일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친일인명사전 앱에는 경찰, 관료, 군 등 총 31개 분야에 4389명의 친일인사가 등재돼있다. 이중 문학(52명), 미술(23명), 연극(43명), 영화(43명), 음악·무용(58명) 등 문화예술 분야의 친일파는 총 219명(약 5%)이다.

경기도의 경우 각종 공식행사에서 불려온 '경기도가'(京畿道歌)와 춘원 이광수 기념비가 대표적 친일 잔재로 청산 대상이 되고 있다. 경기도가는 '섬집아기' 등을 작곡한 친일파 이흥렬의 것으로 밝혀져 도는 제창을 중단했다. 이흥렬은 일제 말기 군국 가요를 연주·반주·지휘한 인물이다. 1975년 남양주 봉선사 입구에 세워진 이광수 기념비에는 한국문학의 선도자라는 내용의 비문이 적혀있다. 이광수는 시, 소설, 평론 등을 통해 황국신민화 찬양과 일본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한 인물이다.

▲친일 문화인의 노래와 시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올 2월 기준 경기도와 31개 시·군의 상징 노래 중 총 13곡이 친일 음악인의 곡이다.
올 3월 안산시는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김동진이 작곡한 시가 '안산시민의 노래' 사용을 중단했다. 여주시와 고양시도 마찬가지로 김동진이 만든 시가인 '여주의 노래'와 '고양시의 노래'에 대해 사용중단 결정을 내렸다. 김동진은 1939년 만주국 건국과 일제 침략전쟁을 옹호하는 곡을 만든 사실이 밝혀지며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
부천시는 최근 지역에 설치된 시비(詩碑) 70여개를 전수 조사해 친일 문학인 서정주, 노천명, 주요한과 친일 음악가 홍난파 등의 시(詩)를 새긴 비석 6개를 철거했다. 이들은 일제의 강제 징병을 찬양하고 조선인의 전쟁 참여를 독려하는 등의 시와 글을 썼다. 친일파의 시비가 철거된 곳에는 정지용의 '향수'와 나태주의 '풀꽃' 시비가 새로 세워졌다.

▲논란의 중심, 홍난파와 안익태
지난 2월 남양주시는 3·1운동 100주년 기념 무료음악회를 진행하면서 친일 행적 논란이 있는 안익태의 '한국환상곡'을 뒤늦게 제외했다. 남양주시가 안익태의 곡을 행사에서 제외시키자 포천시에서는 각종 문화예술 행사에서 연주될 애국가 제창을 거부하자는 시민 건의가 힘을 얻기도 했다. 안익태는 일본을 찬양하는 음악활동을 했고, 그가 작곡한 애국가는 불가리아 민요를 표절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친일, 변절, 표절의 '애국가 보이콧' 주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원 출신의 근대문화예술인 홍난파도 친일 논란의 중심이 되는 인물이다. 1968년 홍난파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난파음악상의 역대 수상자는 정경화, 백건우, 정명훈, 조수미 등 한국 음악계를 이끄는 음악가들이다. 그러나 홍난파는 일제 시대때 음악회 수익금을 전쟁 성금으로 사용하고,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음악으로 일본을 세워 거룩한 전쟁에서 승리하자는 내용의 기고를 한 것이 드러났다. 홍난파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면서 2013년 작곡가 류재준은 난파음악상의 수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친일문화 잔재 뿌리 뽑기
경기도는 최근 문화예술 분야의 친일 잔재 청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올 연말까지 '경기도 친일문화 잔재 조사'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친일잔재 청산에 나설 방침을 밝혔다. 도의 행보는 지역내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전수 조사를 통한 적극적 친일 청산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종선 민족문제연구소 부천지부장은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온 국민이 다 함께 역사를 인식하고, 친일 청산 운동을 펼칠 최적기"라면서 "친일 행위를 낱낱이 알리는 단죄비 설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역 곳곳에 설치돼 있는 친일 인사의 시비(詩碑)나 작품, 상징물 등을 철거하는 과정을 통해 시민들이 기본적인 역사 인식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상아·박혜림기자 asa8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