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이름을 위하여 '대의' 따라야

 

▲ 죽산 조봉암 선생의 책 <우리의 당면과업>과 <내가 걸어온 길>. <내가 걸어온 길>은 지금도 나눌 수 있고, 아벨서점에서 나누는 소책자들은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성금으로 제작된다.


2011년 2월. 죽산 조봉암 선생의 사면복권을 신문기사로 보았다.
나는 선생의 사면복권이 어두웠던 나라의 긴 터널이 거두어지는 밝음으로 보고, 축하하고 싶었다. 오래도록 간직했던 1954년 7월판 선생의 저서 <우리의 당면과업>을 한권의 책 전시로 올렸었다. 한권의 책 전시는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책 전체를 드러내어 볼 수 있게 페이지마다 복사해서 전시대에 올려놓는 전시이다.

막연하게 존함만 알던 선생에 대하여 점점 알아가기 시작했다. 한 장 한 장 진열하면서 들어오는 글들의 운율은 가슴에 뜨거운 비를 내렸다. 아무도 보러 오는 이 없더니, 인천일보 기자가 놀라며 배다리에서 이런 전시가 있냐며 기사를 내주었다. 사람들이 오고 좋아하며 책을 갖고 싶어 했다. A4용지로 크게 복사해서 100권을 만들어 돌렸다.

한겨레신문에서 기사를 써주고, KBS 역사 스페셜에서 조봉암 특집으로 방송하면서 전시를 소개하기도 했다. 오시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책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선생에 대한 정보도 늘고 책이 나왔던 사실도 알게 되었다. 범우사에서 나온 책과 죽산 기념회에서 만든 책도 재고를 모두 구해 판매할 수 있었다. 작은 강연회에서 배다리와 죽산선생의 이야기와 진보당 사무실 이야기도 드러났다.

<진보당>이라는 책에서 희망 잡지 1957년에 3회에 거쳐 연재된, <내가 걸어온 길>이라는 35쪽 되는 선생의 자서전을 발견했다. 자서전을 손에 만져지는 역사사실현장이 혼자보기에는 아까워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어 따님인 조호정 여사께 복사해서 전시할 것을 말씀드리니 허락해 주셨다. <우리의 당면과업> 다음회로 전시했다. <진보당>은 권대복 선생이 1985년 만든 책이다.

<내가 걸어온 길>을 한권의 책으로 펼쳐 전시하면서 1500권을 만들어 나누고, 아직 조금 남아있다. 역사 현장에서 일정 치하를 살아낸 죽음의 수용소 같은 감옥 현장을 아무 일 아니듯, "그래도 죽어 나오는 이보다 살아나오는 이가 더 많지 않은가!" 하는 술회로 매듭 짓는 글이다.

<우리의 당면과업> 죽산 선생의 글을 발췌해 본다. 책표지에는 '죽산 조봉암 저'라는 중 글 다음 줄에 큰 글로 '우리의 당면과업' 다음 작은 글로 '대 공산당 투쟁에 승리를 위하여'라고 책 표지에 선생의 친필로 쓰여 있다.
한 장 한 장 A4용지에 복사한 내용을 진열하면서 절절하게 시대에 당면한 일에 대한 성토는 심장을 뛰게 한다.

1장 한 구절을 보면 "지금 우리가 찾으려는 자유와, 민주 독립은 다만 남이 가져다주는 선물적인 혜택에 의존할 수 없는 것이니 만치 우리의 민주 역량 강화는 그 무엇보다도 급선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적었고 "남이 만들어준 독립에서 스스로 힘을 키워 민주 독립으로 거듭나기"를 11조항을 들어가면서 말씀한다.

51쪽에 보면 "언제라도 그렇지만, 더욱이 나라일이 커지고 곤란해졌을 때, 진실하고 공정한 태도로서 민중과 더불어 의논하지 않고 그저 사실을 왜곡하며 거짓으로 꾸미고만 나간다면 일시적으로 회전은 가능할망정 나라를 그릇 되게 하는 중대한 과오가 될 것이다. (중략) 오늘날에 있어서 모든 민중이 다 알고 있는 일도 거짓으로 꾸며서 '눈 가리고 아웅'식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다고 하면 국가적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결과에 있어서 아무런 소득이 없을 것이다"라고 일갈하고 마지막 장에 "아직도 늦지 않으니 우리들은 '조국의 이름'과 '민족의 자유진영'을 위하여 대의에 순(殉)하고 양심에 복종할 수 있는 대통령도 되며 행정부도 되고 국회도 되고 또 국민도 되어 보자는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배다리 책방거리에 2011년2월부터 8월까지 헌책방 지기가 감동에 감동을 거듭하면서 전시했던 이야기이다. 1954년 죽산선생은 수단이 아니라 대의에 서야 국민이 다 잘 살 길이 열리는 과정을 천명한다.

/곽현숙 아벨서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