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위원


한때 욕쟁이 할머니 식당 바람이 불었다. "이 썩을 것들아 고만 씨부리고 쳐먹기나 혀" 하는 식당이다. 욕쟁이 할머니 식당에 끌리는 심리분석도 있다. 대개 노포(老鋪)인지라 맛도 있지

 

만 인정으로 장사를 한다. 어릴 적 자기 할머니를 떠올린다. 한 곳에서 오래 장사를 하다보니 저절로 그렇게 된다 등등. 박정희 대통령과 욕쟁이 할머니 일화도 전해온다. 1960년대 어느 날 전주에 갔을 때다. 수행원을 시켜 전주에서 가장 유명한 콩나물국밥을 배달해 오라고 했다. 욕으로도 유명한 식당이었다. 욕쟁이 할머니는 누군지도 모르고 대뜸 "이런 썩을 놈들이 어디서 배달질이야. 먹고 싶으면 와서 처먹어"라고 했다. 하는 수 없이 박 대통령이 가게로 갔다. 와이셔츠 차림에 땀을 흘리며 국밥을 먹다가 또 욕을 먹는다. "얼씨구. 생긴 건 꼭 박정희 닮아서 잘도 처먹네."
▶한때는 욕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욕쟁이 할머니 학원까지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 '욕쟁이 할머니' 상호들이 살아있다. 욕쟁이 할머니가 잘 나가던 시절, 40대의 한 식당 여주인도 이에 가세했다. 삼겹살을 주문한 손님에게 "돼지같은 것들이 돼지만 시켜먹네. 소고기 처먹어. 썩을 놈들아"라고 했다. 그 뒷얘기는 이렇게 전해온다. 온통 가게가 뒤집어 지고 '젊은 여자가 입이 너무 험하다'는 소문에 아예 동네를 떠났다는 것이다.
▶그 욕쟁이 할머니들도 요즘 북한의 막말에는 꽁무니를 내뺄 것이다. 광복절 경축사를 빗대 "삶은 소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했다. '안성 우시장의 소도 웃겠다'는 속담의 북한판 버전인 모양이다. 11일에는 북한 외무성의 국장이란 자가 "겁먹은 개가 더 요란스럽게 짖어댄다"고도 했다. 우리 국방장관을 빗대서는 "정경두 같은 웃기는 것을 내세워…"라며 아예 나서지도 말라고 꾸짖었다. 북한에 가서 폭탄주도 여러번 했다는 박지원 의원도 욕을 뒤집어 썼다. "혓바닥을 마구 놀려대며 구린내를 풍긴다"고. "북쪽 사냥 총소리만 나도 똥줄을 갈기는 주제"라는 모욕적인 욕도 있었다. 미사일과 핵 기술이 발전하면 욕도 따라서 발전하는 것 같다.
▶작년 초 한 신문의 논설위원 칼럼이 생각난다. 자신의 대북 접촉 경험을 자랑하면서다. '북한 사람의 버럭 성질은 북한 체제의 특질'이라고 두둔했다.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특질로 하는 체제도 있는 건가. 북쪽의 욕에 우리 쪽은 늘 꿀먹은 벙어리식이다. "우리와는 쓰는 언어가 다르다"거나 "그나마 수위를 조절해 다행"이란다. 문제는 우리 아이들에게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다. 통일은 고사하고, 제발 바른말 고운말 쓰는 북한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