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검·경이 사건 공개에 소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울산지역에서 '피의사실 공표죄'를 두고 수사기관 간 거센 공방이 벌어지자, 자칫 이 문제가 인천으로 번지지 않을까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18일 인천경찰청과 인천지역 경찰서들에 따르면 경찰은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보내면서 사건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활동을 찾아볼 수 없다.
사실상 피의사실 공표죄를 의식해서인데, 울산지검이 울산경찰청 경찰관 2명을 입건하면서 이 죄명을 적용했다는 소식을 듣고 몸 사리기에 나선 것이다.

울산지검은 경찰이 면허증을 위조해 약사 행세를 한 남성을 구속한 사건을 보도자료 형식으로 출입 기자단에 배포한 것이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경찰이 피의사실 공표죄를 의식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경찰청이나 인천청에서 사건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 것도 없다"며 "일선 경찰들이 스스로 조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천지검도 경찰과 같은 분위기다. 검찰은 최근 세관 공무원이 연루된 사건을 언론에 확인해주는 과정에서 "피의자가 특정될 수 있다"며 공무원의 나이와 사건 발생 시기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울산에서 피의사실 공표죄를 놓고 검·경 간 공방이 벌어진 것으로 안다"면서도 "(수사기관이) 법무부 훈령인 '인권 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잘 지키면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 준칙은 검찰이 수사 사건을 언론 등에 알릴 때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사항만을 정확하게 공개해야 하고, 사건 관계인의 명예 등 인권을 침해하거나 수사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쪽에선 이미 사문화된 피의사실 공표죄가 국민의 알 권리 제한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 한 법조인은 "피의자 인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사건을 널리 알려 추가 피해를 방지하고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