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원준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이 엄마와 함께 진료실에 왔다. 지나친 게임과 핸드폰 사용, 과격한 충동적 문제행동, 무력감, 매사에 흥미와 재미가 없고 의욕상실, 학습능력 저하, 집중력 저하 등 학교 부적응으로 학교 상담실을 통해 의뢰됐다. 진료 중에도 진료실 책상 밑으로 손을 내리고 핸드폰 게임을 하면서 진료에 집중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인다. 환자는 자기보다 아버지가 더 게임중독이라고 한다. 엄마 정보에 의하면 직장 쉬는 날은 밤을 새우기 일쑤이고 하루 8~10시간씩 게임을 하고 식사를 거르기도 하면서 밤낮이 바뀌어 지낸다고 한다. 부자가 모두 게임중독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5월2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회원국총회에서 게임사용장애(Gaming Disorder, 게임중독)를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회원국 194개국이 참여하여 결정됐으며 2022년 1월부터 진단분류체계에 포함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2026년에 한국질병분류(KCD)에 포함될 예정이다.

진단 기준의 증상은 WHO 게임이용장애 9가지 기준 중에 5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게임중독 가능성이 높다. ① 게임에 너무 몰두해서 게임 생각 밖에 안 한다. ② 게임을 하지 못할 때 금단증상이 나타난다. ③ 게임을 하는 시간이 계속해서 늘어난다. ④ 게임을 하는 행동을 조절하지 못한다. ⑤ 게임을 제외한 다른 취미나 오락거리에 흥미가 줄어든다. ⑥ 게임을 너무 많이 하면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게임에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쓴다. ⑦ 가족이나 상담자 등 다른 사람들에게 게임하는 시간을 속인다. ⑧ 무기력함, 죄책감, 불안감과 같은 안 좋은 감정을 없애거나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게임을 한다. ⑨ 게임 때문에 대인관계, 직장, 학업 등이 어려워지거나 아예 잃어버린 적이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1.8%가 게임중독에 해당하며 약속한 게임시간을 넘기거나 학업이나 생활에 지장을 주고 게임을 못할 때 불안감을 느끼는 금단증상이 나타난다.
온라인 게임 중독률은 만5~9세가 7.9%로 6.8%인 성인보다 높다. '어릴 적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듯 어릴 때 게임중독 증상은 성인까지 연장된다. 어릴 적 게임중독으로 인한 뇌 구조의 변화로 인한 향후 치료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서울 보라매병원 연구진의 자료에서 게임중독자의 뇌 영상을 일반인과 비교한 것을 보면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 크기가 정상인의 것보다 14%가 컸다.
또한 판단력이나 기분과 연관된 두정엽 일부도 용적이 17%가 컸다. 이 뇌 부위가 중독 증상이 심할수록 더 많이 커져 있었다. 즉 게임중독으로 기억과 감정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 과부하가 걸려 뇌가 부은 것으로서 게임중독이 뇌 구조까지 바꾸게 한다는 경고 메시지이다. 결국 게임중독자들은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저하되고, 감정조절의 어려움이 있어 충동적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게임산업과 관련된 단체나 기관에서는 게임중독을 질병화하는 것에 반대를 표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소위 프로게이머와 게임중독자의 뇌 구조가 다르다는 것이다.

게임중독자는 단순한 자극에 반응하기에 전전두엽 기능의 약화를 가져오고, 인지기능과 감정조절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들의 뇌 기능은 단순 자극에 반응하기보다 고차원적인 활동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정상인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오랫동안 프로게이머로서 때로는 하루 종일 게임을 하며 지냈지만 지금은 게임을 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을 잘 영위하고 있고 직장생활도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중독자와 프로게이머는 게임으로 인한 뇌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게임으로 인한 피해에 차이가 있다.
그러기에 게임중독은 질병으로 개인의 삶을 파괴하기도 한다.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실제 게임중독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질병이기 때문에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아서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적절한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술이나 마약도 법에 허용하는 정도와 의학적으로 필요한 범주에서 적절한 처방에 따라 사용되면 좋은 약이 되고, 신나는 놀이가 되며 즐거운 문화가 될 수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신나고 즐거운 놀이문화로 게임이 활용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