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올림픽공원에 '나란히'
애-매국 부조화 불거진 논란
최근 한일관계 악화로 증폭
시, 이전·철거 등 재배치 고민
▲ 친일파로 지목된 작곡가 홍난파의 동상이 독립운동가 동상과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공원에 함께 세워져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올림픽공원에 해당 동상들이 세워져 있다. (왼쪽부터) 독립운동가 임면수 선생, 작곡가 홍난파, 평화의 소녀상.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수원을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동상과 평화의 소녀상, 친일파로 지목된 작곡가 홍난파 동상 3개가 수원 올림픽공원 내에 함께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수원시는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따른 한국의 'No 재팬' 캠페인이 활성화되는 등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홍난파 동상 이전 또는 철거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수원시청 앞 88올림픽 공원 초입에는 2014년 5월3일 시민 1만2000명이 7000만원의 성금을 모아 건립한 수원평화비(평화의 소녀상)가 있다.

또 소녀상에서 30여m 떨어진 곳에는 수원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이자 근대교육가인 필동 임면수(1874~1930) 선생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다.

이 동상 역시 수원시민들의 힘으로 2015년 광복절 당일 제막식을 올렸다.

수원 출신인 임면수 선생은 개인재산으로 지금의 삼일학교를 설립해 교육 계몽 활동을 펼쳤던 인물로, 수원지역 국채보상운동은 물론 독립군 양성에도 힘썼다.

정부는 1990년 그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했다.

문제는 친일행적이 밝혀져 논란이 된 수원 출신의 작곡가 난파 홍영후의 동상이 임면수 선생 동상 정면에서 1시 방향으로 70여m 떨어진 곳에 있다는 점이다.

'고향의 봄', '봉선화' 등을 작곡한 홍난파는 1937년 독립운동단체인 수양동우회 회원이라는 이유로 검거된 후 친일음악가로 변절, 국민총력조선연맹의 문화위원으로 활동하며 친일 작품을 발표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2009년 '친일인명사전'을 제작하면서 홍난파를 그 명단에 실기도 했다.

임명수 선생 동상 제막식 이후 홍난파 동상이 함께 있어선 안된다는 여론이 일기도 했지만, 동상이 있다는 자체를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 보니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올림픽공원에 독립운동가의 동상과 소녀상이 홍난파 동상과 함께 있는 것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수원시에 사는 시민 김모(44)씨는 "솔직히 3개의 동상이 한 공원에 있었는 지 전혀 몰랐다"며 "독립운동가와 친일음악가의 동상이 함께 있다는 말을 들으니, 조화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한 블로거는 지난달 25일 '애국과 매국이 혼재하는 초현실-수원올림픽공원 홍난파 동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일본군 성노예를 고발하는 소녀상, 독립투쟁에 투신한 독립운동가 임면수 선생을 기리는 동상이 홍난파의 동상과 혼재하는 올림픽공원의 풍경이 초현실적인 공간인 듯 묘하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진다"고 의견을 게시했다.
수원시도 이 문제에 대해 홍난파 동상을 이전하거나 철거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공원과 홍난파 동상 관리 주체인 수원 권선구의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홍난파 동상 이전에 대한 의견이 나왔고, 논란이 된 부분은 빨리 조치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다"면서 "올림픽 공원을 평화공원으로 조성하는 방안이 시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데, 확정되면 자연스럽게 동상이 재배치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장선 기자 kj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