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품 구매전 노노재팬 확인
취미 용품 국산품 사용 노력
상인들 손해에도 판매 중단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 불거진 일본제품불매 등 이른바 '보이콧 재팬'이 주민, 소상공인, 공무원 등 각계각층의 생활 속 애국운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5일 도내 지역주민 등에 따르면 최근 관(關)이나 특정 단체가 주도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일본제품 불매·여행거부 등에 동참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단순한 일본제품 거부에서 좀더 세분화된 일본 생활용품 불매운동으로 진화한 주민들의 소비 형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수원에 사는 김모(30)씨는 식품, 화장품, 전자제품 등을 구매할 때 먼저 일본 제품을 걸러내는 습관이 생겼다.

누군가 시켜서도 아니고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도 아니다. 일본의 행태를 뉴스 매체 등을 통해 접하자, 어느 순간 몸에 배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일본이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을 조롱했다는 소식을 접하니 그냥 일본 자체가 싫어졌다"며 "기존에 쓰던 일본 전자제품은 갖다 버렸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일본 제품불매 운동을 생활화한 주민은 셀 수 없다. 일본 상품과 대체 국산 상품을 알려주는 '노노재팬' 사이트는 지난달 누적 방문자가 280만명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허모(36·여·이천)씨는 "일제에 대항해 조금이라도 우리나라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일본제품 불매다"며 "장보러가기전 노노재팬을 통해 리스트를 확인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일본 제품은 절대 사지 않고, 아이들 용품도 국산품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생활 속 불매운동은 취미생활까지 퍼지고 있다. 김모(32·성남)씨는 "일본 에반게리온(애니메이션) 피규어를 모을 정도로 광팬이었다"면서 "하지만 최근 에반게리온 작가가 소녀상을 모독하는 발언을 한 이후 더 이상 보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팬들도 그렇다"고 말했다.

최모(34·여주)씨는 "볼링 용품 중에 일본 제품이 많아 내 장비 대부분도 일본산"이라며 "지금은 일본 제품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볼링장을 찾을 때에도 국산품을 들고가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소상공인들의 생활에도 일본이 '실종'되고 있다. 수원 못골종합시장, 반딧불이연무시장, 매산로테마거리 등 22개 시장 상인들은 일본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매출에 지장이 있어도 일본 제품을 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이 같은 조치를 결의했고, 현수막도 게시하고 있다.

한 시장 상인은 "전통시장에 일본제품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장사를 하는 상인이 일본 제품을 영영 추방한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수원의 한 술집은 손님이 소주를 주문하면 '처음처럼'이 아닌 '참이슬'을 내놓는다. 이곳 점주는 롯데그룹과 일본과의 관계상 처음처럼이 불편하다는 생각이다.

부천의 한 음식점은 가게 입구에 '아베와 내각 22명 출입금지,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내용의 현수막과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걸고 영업하기도 한다.

'일본 여행'을 막기 위해 나서는 주민도 있다. 이모(26·화성)씨는 지인들에게 일본 여행을 대체 할 국내·외 관광지를 지인에게 메신저로 전파하면서, 자연스러운 여행 감소를 유도하고 있다.

수원시 공무원들은 일본 사무기기를 전부 반납하고 있고, 도내 경찰도 내부망으로 국산제품을 장려하는 운동을 벌이는 등 공직사회에서도 묵묵한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김현우·이경훈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