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공주 아세요…좋은 영화 보러 꼭 오세요"
▲ 심현빈 영화공간 주안 관장이 현재 상영작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심현빈 영화공간 주안 관장이 현재 상영작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올해 개관 12주년 … 깊은 울림의 좋은 작품 고르기 몰두

각계각층에 명함뿌리며 홍보 … 관객수·마니아층 증가

우리나라 최초 상영관 애관극장 … 인천, 영화산업 개척지

일본계 제작 위안부 다큐 '주전장' 상영 … 日극우 실체 알려

청소년 '단체관람' 추진·시네마토크 등 확대 방침



심현빈 관장에게 영화공간주안은 '문화적 허영심'을 충족하는 곳이다.

남들에게 "나 예술영화 봤어"라고 자랑 할 수 있으면서도 '예술영화가 재밌기까지 하네'라는 만족감을 얻어 가는 곳이다. 인천 유일 예술영화 상영관인 영화공간주안이 개관 12주년을 맞았다.

올해 초 취임한 심현빈 관장은 이 극장을 찾는 이들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상업 영화관에서 틀지 않는 독립·예술 영화를 통해 깊은 울림을 경험 할 수 있도록 오늘도 좋은 영화 고르기에 몰두한다.


▲반 년동안 건넨 명함만 7통

"영화공간주안(영공주) 이라고 아세요?" 심 관장이 취임 직후 가장 열을 올린 부분은 영공주 알리기였다.

이렇게 좋은 문화공간을 아는 시민보다 모르는 이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는 각계각층을 가리지 않고 명함을 뿌리며 "영화 보러 꼭 한번 오시라"고 홍보했다. 그래서인지 지금 영공주의 관객수는 지난해와 비교해 많이 증가했다. 마니아 층도 더욱 두터워졌다.

"정신없이 뛰어다닌 기억 밖에 안 나네요.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한 홍보에도 신경을 썼어요. 매달 영화공간주안 소식지 수신자도 많이 늘렸지요."

그가 사회복지 기관들과 협약을 맺어 직원들 단체 영화 관람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노인복지기관과 지적장애인, 자활센터 등과 협동으로 종사자들이나 회원들이 관심 있을 법한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문화양극화'를 해소하는 동시에 문화복지를 추구할 수 있어서 기관들에서도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영화도 관객이 없으면 소용이 없지요. 곧 영화산업의 쇠퇴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천로역정'이나 '교회오빠'와 같은 영화가 단체관람으로 인기가 높았죠. 앞으로도 단체관람하기 좋은 영화를 많이 발굴할 생각입니다."


▲문화예술 불모지 속 샘물같은 역할

지난 30년간 인천 공공도서관에서 근무한 심현빈 관장은 누가 봐도 인천 사람이다. 부모님·조부모는 물론 시댁까지 모두 인천 태생이다.

이런 그에게 인천은 문화적으로 소외된 부분이 많은 지역이다. 유능한 예술인들도 인천서 실력을 키워 서울로 진출하는 거점도시라고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지인들도 인천을 서울의 주변도시, 공업도시, 범죄도시 등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규정하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문화예술 부분은 완전 불모지라고 여겨지더라고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심 관장에게 인천은 개항도시로 시작된 유구한 역사를 지닌 도시이기도 하다. 300만 인구를 갖추고 항만·공항 등 기반산업을 구축한 인천에 국제적 문화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잠재력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천은 영화산업의 개척지라고도 볼 수 있다. 개항장 시대를 거치며 영화산업이 호황을 누리던 시절도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관이 바로 인천의 '애관극장'입니다. 현재도 상영관으로 현존하고 있지요. 1970~80년대와 90년대까지도 애관극장이 있는 동인천 일대에 10여개 이상의 상영관이 운영되며 '시네마 거리'가 조성되기도 했었어요."

심 관장은 인천이 충무로 부럽지 않은 영화 중심도시로 우뚝 설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영화공간주안이 바로 이 역할을 하려고 한다.

"인천 유일의 다양한 예술영화관으로서 영화를 매개로 하는 문화사업을 추진하는 영화공간주안이 좋은 영화를 통해 인천시민들의 삶의 만족도를 높이겠습니다. 한 번 불을 지피면 뜨거운 문화 열기가 활활 타올라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인천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주전장'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이때, 영화공간주안은 '주전장' 개봉을 결정했다.

주전장은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다. 위안부에 대한 얘기지만 일본계 인사가 만든 영화라 하여 자칫 일본의 왜곡된 인식이 드러나지 않을까 우려도 있었다.

심 관장은 '지피지기'의 정신으로 주전장 상영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맞서기 위해서는 그들의 논리를 알아야 합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고 해석하는지 이해가 요구되죠. 영화 속에서 우리는 일본 극우세력의 주장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 대중들이 일본의 입장을 바로 직면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야 말로 시대성을 가지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콘텐츠이죠."


▲청소년 진로교육과 대관사업 주력

심현빈 관장은 영화공간주안에서 청소년들이 장래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영화 속에 다양한 직업과 갖가지 인간관계를 간접 경험을 통해 찾는 것이다.

'체험영화교실'이라는 주제로 인천시교육청과 협의를 거칠 예정이다.

"청소년은 미래 영화산업을 이끌 주역이기도 하죠. 청소년들이 영화를 보며 접할 수 있는 유익한 요소들이 담긴 영화를 찾아 단체 관람의 방식으로 추진하려 합니다."

그는 일방적인 영화 상영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네마토크'도 확대할 방침이다.

최근 봉만대 감독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북씨네'도 이 방침의 일환이다. 또 영공주가 연구와 회의 공간으로도 활용될 수 있도록 대관사업 활성화도 꾀하고 있다. "지금까지 졸업 작품 상영회, 인천여성회, 환경교육영화제 등에 극장 내 '컬쳐팩토리'라는 장소를 대관했습니다. 영공주가 단순히 상영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 언제나 원하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고 시민들에게 열려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