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잘린 손가락 … 일본인은 그 손가락으로 장난을 쳤어"
"일하다 잘린 손가락 … 일본인은 그 손가락으로 장난을 쳤어"
  • 김채은
  • 승인 2019.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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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여성근로정신대 생생 증언
▲ 일본강점기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 됐던 여성 근로자들의 사진기록. /사진제공=경기도의회


부모 동의없이 데려온 10대들


임금도 못 받고 노동착취 당해

도망치다 발각땐 무차별 폭행

남동생 부고에도 귀국 못해


"일하다가 손가락이 잘렸는데 일본인들은 잘린 손가락을 가지고 장난을 쳤어."

김성주 할머니의 증언이다. 김 할머니를 포함한 여성노동자들의 당시 생활상은 경기도가 진행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여성노동자 실태조사 연구 용역'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남 순천 출신인 김 할머니는 15세에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1년 6개월을 일했다. 항공기 부품을 만드는 작업 도중 손가락이 잘리기도 했다. 당시 또래보다 체격이 크다는 이유로 남성들이 투입되는 큰 기계와 작두를 다뤘다. 그런데 식사는 멀건 된장국과 단무지 두 쪽 정도였다.

김 할머니는 "손가락이 잘려도 소독 처리만 해줘 손가락이 잘린 채로 생활하는 등 노동환경은 열악했고, 중노동이었지만 월급을 받지 못했다"며 "엽서를 통해 남동생의 부고를 들었지만 귀국도 못했다"고 말했다.

귀국후 결혼까지 했지만 일본군 성노예로 동원됐다는 의심을 받아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지역사회에서 소외당한 김 할머니는 "통곡을 해 봤으면 좋겠다"며 깊은 한을 드러냈다.

전남 여수 출신인 김금순(가명) 할머니는 12~13세 당시 공부를 시켜주고 월급도 준다는 말에 속아 후지코시 도야마 공장에서 일했다.

김 할머니는 "며칠간 교육을 받고, 바로 쇠를 두드려 깎는 '샌방' 작업을 10개월 동안 했어도 월급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며 "열악한 식생활과 목욕을 하지도 못해 영양실조, 탈모 등을 겪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전북 고창 출신인 김순옥 할머니는 14세때 광주지역내 방직공장에 동원돼 2년 6개월 동안 베 짜는 작업을 했다. 당시 지역내 '처녀공출' 소문이 돌기 시작해 외갓집으로 대피했지만 영장이 나오면서 끌려갔다. 월급은 2원을 받기로 했지만 다른 피해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받지 못했다. 김 할머니는 "노동 기간 동안 쉴 새 없는 노동에 시달렸다. 동생과 함께 공장에 동원됐으나 주야간 교대근무로 서로 만날 기회가 없을 정도"라며 "노동 중에는 공장 내 솜이 날려 호흡기 문제를 겪었다"고 증언했다.

이외에도 피해 노동자들의 증언은 비슷했다. 강제로 끌려갔거나 공부를 시켜주고 월급도 준다는 말에 공장에서 일했다.

전북 고창 출신인 송연순 할머니는 15세에 만주 봉천공장에서 2년 동안 일했다. 지역할당에 의한 강제동원으로, 동원을 피하기 위해 숨어 있었으나 발각됐다. 송 할머니는 "또래 소녀들과 함께 차를 타도 이동해 보니 만주에 있는 방직공장이었다"며 "베틀 기계를 맡아 베 짜는 작업을 보조하는 일을 했는데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저녁까지 온 종일 일했다"고 말했다.

월급은 받지 못하고, 공장에서 나온 광목천 한 통이 전부였다.

경북 경주 출신인 서화자(가명) 할머니는 유학을 시켜주겠다는 말에 일본행을 결심했다. 서화자 할머니는 후지코시 공장의 비행기 부품을 만드는 일에 투입돼 부품을 깎고 다듬는 일을 했다.

서 할머니는 "쇠를 깎는 작업 과정에서 눈에 불똥이 튀거나 손을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고가 발생하면 의무실에 데려가 치료 조치를 취한 후 노동현장에 복귀했다"고 증언했다.

도는 이번 보고서를 바탕으로 피해 노동자를 지원할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 도 관계자는 "할머니들의 증언을 통해 강제동원 피해여성근로자의 현재 생활은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가족과의 소통 부재 및 단절 등으로 인한 정서적 어려움과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 등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피해자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비물질적인 지원방안, 교육 기회 제공 등의 지원방안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채은 기자 kc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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