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박물관, 일제 수탈의 흔적 담긴 유물 9점 공개
▲ '결전'이라고 새겨진 사기그릇. /사진제공=인천시립박물관


한반도를 강점하고 있던 일본은 대륙 침략을 위해 1931년 9월18일 만주전쟁을 일으켜 중국의 동북지방을 점령하고 '만주국'을 건설했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 일본은 1937년 7월부터 중국 전 국토를 대상으로 중일전쟁을 일으킨다. 이후 중일전쟁의 전선을 동남아시아와 태평양까지 확대했다.

1945년 8월15일 일본이 전쟁에서의 패배를 인정하고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기까지 전쟁에 필요한 군수물자와 인력을 조달하기 위해 그들의 식민지 한반도를 수탈의 대상으로 삼았다. 소총과 군도 등 전쟁 무기의 재료가 될 만한 것은 모조리 휩쓸어 갔다. 철종(鐵鐘)이나 불상, 각종 금속류와 조선인 가정에서 쓰던 숟가락·젓가락·놋그릇 뿐 아니라 문고리까지 뜯어 갔다.

이런 수탈의 흔적이 인천에 아직 남아있다.

인천시립박물관은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아 일제강점기 수탈과 관련된 소장 유물 9점을 14일 공개했다. ▶관련기사 3면

중국에서 강탈한 명나라 시절 종, 빼앗은 놋 밥그릇을 대신해 보급한 사기그릇과 언제든 전쟁 병사를 동원하기 위해 시행했던 민적 관리서, 전쟁자금 확보를 위해 발행했던 채권 등이다.

사기그릇을 보면 결전(決戰)·공출보국(供出報國) 등의 글자가 새겨있다. 일본이 조선인 일상생활까지 깊숙이 제국주의 의식을 심으려 했다는 점을 유물을 통해 알 수 있다.

유물 중에는 창씨 개명한 조선인에게 준 상장도 있다. 한반도와 한국인을 철저히 지배하기 위해 '채찍과 당근'을 적절히 사용했다는 증거다.

이희인 인천시립박물관 유물관리부 부장은 "이 유물들은 1930년대 후반에서 1945년까지 전쟁에 총력을 기울였던 일제가 주변국들을 어떻게 수탈했는지 고증하는 중요한 사료"라며 "박물관 개관 때 부터 민간인과 단체 등으로부터 매입하는 방식으로 유물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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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수탈 흔적 담긴 유물들] 고된 노동·전시 통제의 고통을 말하다 일본이 한반도에서 빼앗은 금속류는 전쟁 무기로 재탄생했다. 광복이 될 때까지 매월 소총 4000정, 총검 2만정, 탄환 70만발, 포탄 3만발, 군도 2000정, 차량 200량 등이 만들어졌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등록 강제와 채권 발행 등으로 장기적인 약탈을 준비하기도 했다.▲명대철제도종(明代鐵製道鐘)400㎏에 달하는 이 철종은 중국 명나라 숭정11년(1638) 하남성(河南省) 상구현(商丘縣)에서 도교사원에 걸기 위해 만들었다. 일본은 한반도를 넘어서 중국까지 가서 금속을 공출했다. 일본군이 부평 인천육군조병창에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