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춘 경기본사 정치경제부차장

"당장은 한국이 불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두 나라가 경제협력 관계를 복원하는 게 서로에게 유리하다." 한일경제 전문가인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가 최근 언론에서 밝힌 일본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 경제침략에 대한 생각이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은 일본을 이기는 데 무조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는 지난 5일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으로 ▲다각적인 공급 안정성 조기 확보 ▲수요·공급 기업, 수요 기업 간 건강한 협력 모델 구축 ▲강력한 추진 체제를 통한 대대적인 지원 등 3가지 전략을 내놨다. 핵심은 대일 의존도가 높았던 산업구조를 '국산화'로 체질 개선하겠다는 내용이다.

경기도도 유사한 내용의 장·단기 대책을 발표했다. 아울러 도 및 도 공공기관, 전문·기관 단체 등이 참여하는 '일본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 대응 TF팀'을 '일본 수출규제 대응 TF팀'으로 변경해 수출규제 관련 전 품목으로 대응 분야와 기능을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소재·부품기업 현황 파악을 한 곳은 없었다. 경기지역 여러 기관에 문의했지만 서로 몰라서 오히려 현황을 되묻기도 했다. 소재부품산업에 대한 행정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낙관적인 면만 부각하고 세부계획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맥락이다.

정부는 이미 2002년 특별법을 제정하는 등 지금껏 여러 차례나 부품 소재 국산화 계획을 세워 발표했다. 학계에서는 끊임없이 연구논문을 통해 일본의 경제침략 위험을 경고하며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시민들은 '노(NO) 재팬'에서 '노(NO) 아베'로 구호를 바꾸며 규탄 대상을 일본 내 극우세력(아베 정권)으로 한정했다. 일본에 대한 대응이 '혐오'로 확산할 경우 그동안 우리나라가 힘들게 쌓아온 민주주의와 평화가 무너질 것을 우려했다.

일본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부추기는 것은 옳지 않다. 혐오와 증오는 상대편(일본 우익)에게 더 강하게 반발할 힘을 키워주는 등 악순환만 반복된다. 단, 조건 없는 '노(NO) 아베'도 위험하다. 아베가 일본군 성노예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부정하고 식민 지배를 미화하는 것을 비판해야 한다.

아마 시민들은 이 점을 명확하게 알 것이다. 촛불 이후 우리는 집단지성의 힘을 지녔고 키워나가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행정이 시민과 함께 해야 할 이유다. 시민을 중심으로 한 범도민대책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기본사 정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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