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수리 아닌 신품수준 재생산
저렴하게 팔아 수익절반 후원도

"오늘날 컴퓨터는 대중화됐지만, 아직도 형편이 어려워 구매하지 못하는 소외계층이 많다. 눈앞의 이익보다는 함께 나누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중고 컴퓨터를 신품수준으로 다시 만들어 저렴하게 보급하고, 수익의 절반을 공익활동에 후원하는 사람이 있다.

포천시 내촌면의 사회적기업 '리맨'의 구자덕(51·사진)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2008년 사회적기업 리맨의 문을 열었다. 구 대표는 "관공서나 학교, 회사 등에서 사용기한이 지난 수많은 컴퓨터가 전자폐기물로 버려지는 것이 안타까웠다"라면서 "버려진 컴퓨터를 잘 만들어 보급하면 소외계층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정보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라고 생각했다.

리맨은 컴퓨터를 중고 수리가 아닌 재제조해 생산하는 곳이다. 중고 컴퓨터는 엄격한 품질 검사를 거쳐 선별한 후 특허받은 기술로 데이터를 완전히 삭제한 뒤 새 부품을 사용해 조립한다.

국내 최초로 마이크로소프트사와 공인 리퍼비시 파트너십을 맺었다. 인증받은 정품 윈도우와 소프트웨어만을 사용한다.

그러다 보니 기본 탑재된 운영체제 및 프로그램도 남다르다. 기능과 품질면에서 새 제품과 다름없다. 가격은 새 제품의 절반이다. 뛰어난 가성비에 사용자들의 만족도는 꽤 높은 편이다.

이런 노력에 2015년 12월 경기지방중소기업청으로부터 수출 유망중소기업으로 지정됐다. 현재 위치의 공장으로 이전한 지 불과 두 달 만의 성과다.

그는 환경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컴퓨터 한 대를 만들 때 많은 양의 화학물질과 화석연료가 사용된다. 그러나 컴퓨터를 다시 활용하면 자원 절약과 더불어 환경보호에도 큰 도움이 된다. 이로 인해 리맨은 2014년 환경부 장관 표창에 이어 2017년엔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리맨은 사회공헌에도 발 벗고 나섰다. 2015년 다문화 국제학교에 사랑의 PC를 기부한 데 이어 2016년엔 방송국에서 사용기한이 넘은 노트북을 재제조해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희망학교에 보냈다.

지난 5월에는 정서 개선을 위한 배움터에 PC를 기증했다. 지금까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기부한 사랑의 PC는 4만여 대에 이른다.

리맨은 현재 38명의 직원으로 연 매출 90억원을 달성하는 등 컴퓨터·IT 기기 제조 판매 및 데이터 보안 폐기 회사로 성장했다. 특허기술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2017년엔 국내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베트남 진출도 이뤄냈다.

최근엔 한국 IT 재생산업협동조합을 세워 관련 업체들과 연합, 잠재력이 높은 컴퓨터 재제조 생태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과 다른 점이다. 리맨이 사회적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구자덕 대표는 "당장 눈앞의 이익이 크지 않은 사회적기업이지만 국가와 국민이 믿고 관심을 가지면 그것이 마중물이 되어 지역사회를 널리 이롭게 할 것이라 믿는다"면서 "앞으로도 지역사회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포천=이광덕 기자 kd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