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지역 원폭피해자 지원 간담회…피폭 조사 '2·3세'로 확대 조례안 준비
▲ 13일 인천시의회에서 열린 '원폭피해자 증언 및 지원을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이규열(74)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부회장이 히로시마 원폭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제74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 원자폭탄 투하로 고통받은 한국인 피해자는 물론, 2·3세에 대한 실태조사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인천시의회 기획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선 '인천시 원폭피해자 증언 및 지원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1945년 광복 직전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일본 히로시마·나가사키에 거주했던 한국인 피해자 지원 조례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간담회에는 인천에 살고 있는 피해자 5명과 한국원폭피해자협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마이크 앞에 선 이규열(74) 협회 부회장은 히로시마 원폭 이후 고통받은 세월에 대해 담담히 증언했다. 당시 생후 5개월이었던 이 부회장은 평생 원인을 알 수 없는 코 통증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그가 가장 우려했던 것은 자식들의 유전질환 문제였다. '원폭 피해자의 아들·딸'로 손가락질 받을 것이 두려웠던 그는 6년 전에야 겨우 피해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이 부회장은 "일부 형제들은 협회에 가입하지 말자고 주장했으나 우리가 겪은 고통을 더 이상 후손에게 대물림할 수 없다는 생각이 컸다"며 "원인을 알 수 없는 자식들의 아토피나 호흡기 질환 모두 내 탓인 것만 같아 계속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72년 작성된 한국원폭피해자원호협회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 피해자 규모는 모두 7만 명으로, 이 가운데 2만3000명이 귀국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올해 4월 발표된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서 집계된 전국 피해자 수는 2283명이다. 여전히 많은 피해자가 피폭에 대한 사회적 차별을 경험하며 '피해자'임을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고 추측하는 이유다.

특히 피해자협회 회원 평균연령이 84세에 달하는 만큼, 하루빨리 정부 차원에서 유전 영향을 파악하는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성혜(민·비례) 시의원은 이런 내용을 담아 피폭 실태조사 지원 대상을 피해자 2·3세까지 확대하는 '인천시 거주 원폭피해자의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이남재 합천평화의집 원장은 인천시가 원폭 피해자 지원센터를 만들고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원장은 "74년간 원폭 피해자들은 정부로부터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 이제라도 일제로부터 강제동원되고 미국 원자폭탄으로 고통받은 국민들의 원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며 "조례를 통해 인천시가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피해자 실태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은희 기자 haru@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