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박물관, 위치·관리 상태 파악
▲ 자유공원 공영주차장 내 방공호. /사진제공=인천시립박물관

 

▲ 자유공원 공영주차장 내 방공호 내부를 실측하는 모습. /사진제공=인천시립박물관

 

▲ 인천시역사자료관 축대 아래 석실형 방공호. /사진제공=인천시립박물관

 

▲ 중구 신흥동 긴담모퉁이길 방공호. /사진제공=인천시립박물관


일제강점기 인천에 뚜렷이 남은 강제 노역의 증거물인 일제강점기 방공호가 인천에만 10여 곳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네거티브 문화재' 활용 가능성과 함께 잊힌 일제 강제 노역에 대한 연구 조사가 더욱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시립박물관은 13일 지역 내 방공호 시설 기초 조사를 통해 일제 강점기 방공호 10여 곳의 위치와 관리 상태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시립박물관은 "인천에는 일제강점기에 설치된 방공호에 대해 정식으로 조사된 적이 없었다"며 "이번 조사는 시립박물관이 지속적으로 진행 중인 근·현대 문화유산 조사 중 하나로 인천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방공호 시설 현황 파악을 위한 기초 조사"라고 설명했다.

시립박물관은 우선 지난 5일, 7일 중구 송학동 자유공원(응봉산)과 신흥동 일대 산재한 일제강점기 방공호 현장을 조사했다.

이에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뒤편 공영주차장 내 방공호의 경우 높이와 폭이 각각 약 2m 규모로 확인됐고, 도달할 수 있는 길이는 약 10m이지만 그 이상의 내부는 시멘트로 막혀 진입이 불가능했다. 또 인근 석정루 아래쪽 절벽에 있는 방공호는 높이 1.5m, 폭 1.2m 규모로 초입 부분의 천정과 벽체는 시멘트로 마감됐다. 이 방공호는 절벽 안쪽까지 이어졌지만 정확한 길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현재 이곳은 카페의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중구청 위에 있는 인천시역사자료관에도 축대 아래에 'ㄷ'자 형태 작은 석실형 방공호가 남아 있다. 역사자료관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사업가 코노 다케노스케(河野竹之助)의 저택으로 해방 이후에는 인천시장 관사로 쓰였다.

중구 신흥동 긴담모퉁이길 석축 아래에도 방공호가 존재했다.

시립박물관은 "이 방공호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 관료들과 사업가들을 위한 시설로 추정된다"며 "방공호 입구는 아치형으로 입구 주위는 콘크리트로 보강돼 있고 현재 철문으로 닫혀 있다"라고 분석했다.

일제 방공호는 1937년 제정된 '방공법'에 따라 공습 대피 시설 건설을 법제화한 이후 급격히 늘어났고, 당시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 동원돼 축조했다.

유동현 인천시립박물관장은 "방공호는 아픔을 기억하고 후세에 교훈적 가치를 전해야 하는 '기억유산'으로 네거티브 문화재를 지역 유산으로 보호하고 보존해야 하는지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