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무관심으로 볼 수밖에"

3·1운동 100주년인 올해 광복절에도 죽산 조봉암(1899~1959) 선생은 초대받지 못했다.

100년 전 인천 강화에서 만세시위에 참가한 뒤로 8년이 넘게 옥고를 치르고 1945년 8월15일에도 일제 감옥에 갇혀 있던 죽산은 1만5000명이 넘는 독립유공자 중 한 명으로도 인정되지 않고 있다. 60주기를 맞아 죽산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정부는 또다시 외면했다.

국가보훈처는 제74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178명을 독립유공자로 포상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에 포상되는 독립유공자는 건국훈장 49명, 건국포장 28명, 대통령표창 101명이다. 올해에도 독립유공자 서훈 목록에 죽산은 포함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독립유공자와 후손을 청와대로 초청해 "3·1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맞는 광복절이기에 더욱 각별하다"며 "독립유공자와 후손을 제대로 예우하는 일은 한시도 게을리할 수 없는 정부의 책무"라고 강조했지만 죽산은 예외였다.

120년 전 강화에서 태어난 죽산은 1919년 3월18일 강화 만세시위에 참가하고 독립선언서를 배포하다가 서대문형무소에 갇혔다. 1932년에도 중국 상하이에서 붙잡혀 7년간 옥고를 치렀다. 출소한 뒤로 인천에서 머물던 죽산이 1945년 8월15일 해방을 맞은 곳도 일제 헌병 감옥이었다. 간첩죄 누명을 쓰고 '사법살인'을 당했던 죽산에게 지난 2011년 무죄 판결을 내린 대법원은 "(죽산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로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보훈처는 지난 2005년 이후 수차례 '행적 불분명'을 이유로 죽산의 독립유공자 심사를 보류했다. 독립운동가이자 해방 이후 제헌의원, 초대 농림부장관, 국회부의장 등을 지낸 죽산이 건국훈장 1만1014명 등 총 1만5689명에 이르는 독립유공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독립유공자 서훈은 (민간위원 등으로 구성된) 공적심사위원회에서 판단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죽산 60주기 추모식에서도 독립유공자 서훈은 화두에 올랐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독립유공훈장 추서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고, 김원웅 광복회장은 "국가적 차원에서 사과하고 죽산 선생에게 훈장을 받아 달라고 간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로 탄생 120년, 서거 60년을 맞은 죽산의 독립유공자 서훈은 또다시 미뤄졌다.

홍성이 ㈔죽산조봉암선생기념사업회 이사는 "일제강점기 수감 기간만 해도 모두 8년이 넘는다. 죽산 선생만큼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했던 분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정부가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