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한 만큼 허하노라

"친손주의 족보 이름이 '우성'이에요. 주민등록 이름인 '승현'이는 자주 불려지지만 '우성'은 부를 기회가 없어서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음식점 상호로 사용하고 있어요."

인천 남동구 수산동에 있는 '우성농원'은 흑염소와 오리, 토종닭 요리 전문점으로 소래산 밑의 만의골에서 영업할 때부터 소문이 자자했다. '우성농원' 김은경 대표는 강원도 출신이지만 30년 넘게 인천에서 살고 있다. 충북 오창에서 한식뷔페를 했고 2013년부터 만의골 '우성농원'을 운영하다 2018년 4월부터 수산동으로 옮겨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만의골에선 소래산 등산하고 찾는 손님, 족구 등 운동하고 오는 손님들에게 '전통방식으로 염소와 오리, 토종닭을 요리하는 집'으로 유명했죠. 이곳은 벽돌색깔 하나하나까지 신경 써서 인테리어하고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었어요. 주변 사람들은 '주차 한 대라도 더 하게 놔두지'라고 핀잔을 주었지만 손님들이 음식 드시고 꽃을 보며 나무 밑에서 차 마시며 '꽃이 이쁘다'는 소리를 하면 그냥 제 마음도 좋아요."

김 대표는 흑염소, 오리, 토종닭 등 주메뉴의 재료와 보관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모든 음식이 재료 선택과 관리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염소의 경우 1주일에 2~3차례 국내산 생물로 제공받고 있어요. 갈빗살, 앞다리. 목살 등 부위별로 분리해서 진공포장으로 해달라고 요구하는데 도축하고 바로 진공포장해야 육질이 퍽퍽하지 않으면서 식감을 느낄 수 있어서 '까탈스럽다'는 말을 자주 들어도 위생이나 맛을 생각하면 어쩔수 없어요. 염소가 들어오면 먼저 한꺼번에 삶은 뒤 보관해요. 하지만 오래두면 육질이나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2일이 지난 재료는 요리하지 않아요."

염소, 오리, 토종닭 등 대표적인 보양음식을 하다보니 이런저런 사연이 있는 손님들도 많이 만났다.

"한번은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여성이 만삭의 몸으로 왔어요. 저희 가게가 소개된 방송을 보고 신랑이랑 같이 온 뒤 아기를 낳고 한달 만에 친정엄마와 왔는데 애기도 너무 예쁘고 산모도 건강해서 뿌듯했지요. 또 100살 되신 어머니를 모시고 왔던 자제분이 지난해 다시 오셨는데 '이제 거동이 불편해서 제가 포장해가려고 왔어요'라고 하는데 너무 반가웠죠. 그럴 때마다 싱싱한 재료로 정성을 다해 만든 건강한 음식을 제공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죠."

김 대표는 지난 2017년 9월 열린 남동구 토속음식 요리경연대회에서 누룽지오리백숙으로 우수상을 수상하고 '우성농원'은 '맛으로 소문난 집'에 선정됐다. 1층에 칸막이로 된 룸에 4인용 테이블 7개가 나란히 있는데 30명까지 한번에 앉을 수 있고 홀에는 테이블이 10개 있다. 2층은 50명의 단체손님도 받을 수 있다. 30대가량 수용할 수 있는 자체주차장이 가게 바로 앞에 있다. 032-465-9396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이미 맛으로 방송 탄 '그 집'의 추천메뉴]

▲ 염소수육
▲ 염소수육

●염소수육·염소전골
염소는 대표적인 보양음식으로 여름철 복달임에 제격이지만 사시사철 먹어도 몸에 좋은 음식이다. 흑염소는 <동의보감>에 신비스러운 보양 효능을 갖고 있다고 적혀있고 1700년 전 한나라 말기에 저술된 <명의별록>에는 '신이 인간에게 보내준 최고의 식품'이라고 나온다. 지방질 함량이 적고 단백질과 칼슘, 철분이 많아 임산부와 출산 후 산후조리, 회복기환자, 빈혈, 식욕부진, 만성피로, 세포노화방지,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로 알려져 있다.
염소 수육은 갈빗살, 앞다리, 목살 등 부위별로 먹음직스럽게 썰어 나온다. 담백하고 부드러운 육질로 들깨가루와 파, 마늘, 고추장, 연겨자 소스에 식초를 살짝 섞어 찍어먹으면 초보자들도 부담없이 맛볼 수 있다. 염소전골은 보글보글 잘 끓인 뒤 살짝 익은 야채부터 먹어주면 되는데 육질은 육개장의 소고기보다 훨씬 부드럽고 전체적으로 심심할 정도로 자극적이지 않아서 어린이나 어르신들도 맛있게 먹는다.

▲ 능이 오리백숙·누룽지
▲ 능이 오리백숙·누룽지

●능이 오리백숙
오리는 육류 중 유일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수용성의 불포화 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비만예방과 무기질 보충, 고혈압, 각종 부인병, 알코올 해독에도 좋다. 어린이의 성장기 발육촉진과 성인들의 갱년기 장애 방지에도 탁월하다.
'우성농원'의 능이 오리백숙은 당귀, 황귀, 천궁, 월계수잎, 감초, 은행, 대추 등 10가지의 약재를 압력밥솥에 맹물과 함께 30분 끓이고 10분정도 뜸을 들이는데 오리 크기와 물 용량, 약재 등을 이집만의 비율로 맞추는게 비법이다. 송이보다 좋다는 능이를 듬뿍 넣는데 특유의 '능이향'은 잡냄새를 잡아주고 항암작용 성분도 있다. 오리백숙을 다 먹은 뒤 누룽지를 볶아 먹으면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우성농원'은 주변의 그린벨트 지역에서 직접 재배한 배추와 제철 채소를 구입해서 김치를 담그고 장아찌, 무침 등 기본 반찬을 직접 만든다.

▲ 메밀전병
▲ 메밀전병

●메밀전병
강원도가 고향인 김은경 대표가 특별히 준비한 '새참'같은 메뉴. 염소, 오리 등 메인 음식이 충분히 끓어 맛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며 먹어도 좋고 음식을 다 먹은 뒤 맛봐도 좋은 강원도 토속음식이다.

 

▲ 인천 연수도담봉사단 김경희(왼쪽) 회장, 김지영(오른쪽) 초대 회장, 진병숙 사무국장이 염소와 오리 요리 전문점 '우성농원'을 찾았다.
▲ 인천 연수도담봉사단 김경희(왼쪽) 회장, 김지영(오른쪽) 초대 회장, 진병숙 사무국장이 염소와 오리 요리 전문점 '우성농원'을 찾았다.

 

[연수도담봉사단이 찾은 '우성농원']
"든든한 염소·오리 보양식 먹고 더 힘껏 봉사할게요"

"인천 연수도담봉사단은 각자 개인적으로 봉사활동을 해오던 연수구 관내 어린이집 원장들이 '따로 활동하는 것도 괜찮지만 좋은 일 하는데 마음과 손을 모으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겠다'싶어서 2015년 3월에 12명이 모여 봉사단을 만들어 지금은 25명이 이어오고 있어요. '도담'은 '여럿이 모두 야무지고 탐스럽다' 또는 '어린아이가 탈 없이 잘 놀며 자라는 모양'이란 뜻을 갖고 있는 순우리말인 '도담도담'을 줄여서 봉사단이름으로 쓰고 있어요."

연수도담봉사단의 김경희 회장과 김지영 초대 회장, 진병숙 사무국장이 인천 남동구 수산동에 있는 흑염소와 오리 요리 전문점 '우성농원'을 찾아 봉사활동과 어린이집 운영을 하며 느낀 보람과 안타까운 사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연수도담봉사단은 해마다 일일찻집을 운영해서 얻는 수익금을 전액 지역의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하고, 연수구 새마을회에서 주관하는 알뜰나눔장터에 참가해서 나오는 수익금은 지역사회의 소외계층에 쓰도록 기부해요. 또 한달에 한번씩 지역내 독거 어르신들을 찾아 말벗도 해드리고, 옥련동 성당에서 운영하는 미혼모 시설인 '모니카의 집'에는 매달 1, 3주 일요일마다 방문해서 '육아 노하우'도 전달하고 있어요. 이와 함께 겨울철이면 김장봉사, 크리스마스 때는 어르신들을 위한 케이크행사,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는 떡이나 한과, 전병을 준비해서 전달하는 등 1년 내내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연수도담봉사단은 최근 소독업체, 급식업체와 협약을 맺어 모니카의 집과 독거노인들의 집에 연결해주고 있다. 미혼모들을 2주에 한차례씩 만나서 도와주다보니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친부모들도 못해주는 일들을 함께 나누고 있다.

"모니카의 집에는 신생아부터 5살까지 어린이와 미혼모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미혼모 중에는 10대들도 있어요. 엄마가 너무 어려서 육아는 물론, 모든게 처음이라 힘들어하죠.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를 계속 안아서 키워야 하는 엄마도 있었어요. 도담봉사단 회원들은 모두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이기 때문에 이유식 만드는 방법부터 엄마의 역할에 대해 꼼꼼히 조언을 해줄 수가 있지요. 수녀님들도 급할 때마다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하곤 하지요."

한달에 한번씩 방문하는 독거노인들은 친손녀나 친 딸처럼 여기고 아예 달력에 방문날짜를 표시해서 기다린다.

"어르신들 대부분 말벗이 없는 분들이잖아요. 저희가 가면 친정엄마처럼 꼭 안아주세요. 건강상태 챙겨드리고 새로운 물품이 있으면 사용법도 알려드리고 과일도 깎아 나눠 먹으며 오랜시간 꾸준히 함께 하다보니 더 가까워지고 애틋한 정도 쌓이게 되는 것 같아요."

연수도담봉사단 회원들은 모두 어린이집을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김경희 회장은 그린워크 1차 어린이집, 김지영 초대 회장은 연구구청어린이집, 진병숙 사무국장은 동심키즈어린이집의 원장이다.

"어린이집에서 이런저런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져 뉴스에 나올 때마다 저희들은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한두 곳에서 일어난 불미스런 사건으로 모든 어린이집을 불신의 눈으로 볼 때마다 안타까워요. 대부분의 어린이집 원장이나 교사들은 자기 자리에서 소신과 애정을 갖고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거든요."

봉사와 어린이집 운영 모두 '사랑'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믿는 이들은 "봉사를 하면 마음이 넉넉해지고 염소와 오리 요리는 대표적인 보양음식이니 봉사활동을 마친 뒤 '우성농원'에 자주 찾아야 겠어요"라며 입을 모았다.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