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인천 만큼 여야 간 지역 경제정책의 기조가 닮아 있는 도시도 없다. 진보정당을 표방한다고 하는 정의당 정도를 제외하면 자유한국당이나 더불어민주당 모두 지역경제에 관한 문제의식은 한결같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인근 서울과 경기의 경우, 광역 자치단체장이 보수정당에서 리버럴정당 출신으로 바뀐 이후에 지역 경제정책의 기조는 크게 달라졌다. 이곳들은 지자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지역금융의 공공성을 강화하거나 지역 산업구조 또는 도시개발 사업들이 자본과 지역 토호세력들에 의해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가 하면 지역 노동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내놓는 방향으로 핸들을 크게 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상수 전 인천시장 이후 지금까지 인천에서는 보수정당에서 리버럴정당으로 두 번의 시 정권 교체가 있었다. 하지만 시민은 상이해야 마땅한 두 정치세력 간의 정책기조 차이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현 시정부와 관련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말이다. 이른바 '명품도시', '경제수도' 등은 경제자유구역과 같은 대규모 토목개발 프로젝트만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녹아든 슬로건들이다. 안 전 시장 집권 때 착수된 별 성과도 없고, 또 6·8공구 개발의 경우 복마전으로까지 불리며 비판을 받아왔던 경제자유구역 개발 정책은 송영길 전 시장 집권 이후 그 재검토 및 기조 전환은 커녕 이전 시장의 정책 방식을 그대로 계승했었다. 양 정치세력 간 정책기조의 단절이 아닌 되레 연속성이 강화됐다. 같은 이념적 성향의 정치그룹이라 하더라도 선대의 실패하거나 미진한 정책은 수정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한데 이념이 다른 정치세력 간의 권력 교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자유구역 개발이나 지역 경제정책 전반에 관한 문제의식과 대응의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송 전 시장의 인천시가 지역경제에 대해 아무런 파급효과를 내지 못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국내 대기업들에게까지도 경제자유구역 땅덩어리를 상전 대접하며 내준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어느 시정부였던 간에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것에 몰두한 나머지 유치된 기업들의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의 문제에 관해서는 다들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었다. 혈세로 송도국제도시에 유치한 국내외 기업들의 지역 내 조달 비율은 불과 7%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의 주요 거시경제 지표를 살펴보면 다른 대도시에 비해 소비, 설비투자, 고용, 임금의 경기탄력성이 매우 크게 나타난다. 즉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요인들이 경기변동에 맞춰 매우 변덕스럽게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경기가 나빠질 때 그나마 소비, 투자, 고용, 임금이 같이 가라앉지 않고 탄탄하게 견뎌준다면 경기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대로 경기가 좋아질 때, 이 경제지표들이 동요하지 않고 일정 수준을 유지한다면 지역경제 경기가 과열되는 것을 막아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인천에서는 어느 정당의 시정부라 할지라도 이와 같은 지역 거시경제 안정화 메커니즘이 전혀 작동하질 않는다. 일본의 주요 도시에서, 자민당에서 민주당 또는 일본공산당 등의 혁신정당으로 정권이 교체될 때 그 지역의 경기변동 패턴이 확연히 바뀌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지역 산업정책은 어떠한가. 전국 대도시 중 인천의 산업구조만이 200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줄곧 정체되어 있다. 즉 인천은 제조업 중에서도 부가가치율, 고용 유발 효과, 지역 내 파급 효과가 낮은 산업들이 집적되어 있는 도시인데, 이와 같은 후진적 산업구조는 시 정권이 교체되건 아니건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물론, 경제자유구역만 잘 개발하면 지역의 산업구조는 자연스럽게 고도화될 것으로 내다보는 이른바 '경제자유구역 만능론'에 빠진 여야 두 정치그룹이니 지역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인지 1920년대 식민시기 때 형성된 인천 지역산업의 외부 의존성, 즉 지역에서 생산된 원재료 및 부품 등이 지역 내에서 조달되지 않고 외부 도시로 유출되는 기형적 산업구조는 지금도 또 누가 시 정부 권력을 잡든 고쳐지지 않고 있다. 지역 경제정책은 정치세력 간의 이념 차이가 가장 잘 드러나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유독 인천의 리버럴정당은 보수정당의 정책 기조를 고스란히 모방하려 들었는가. 이는 아마도 경제 그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일 수 있다. 아니면 개혁 또는 혁신을 표방하는 지역 정치그룹들의 경제 공부 부족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