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눈길 오인 … 술도 한 원인
평소의 감정·분노 조절 상실
여름 발생률이 봄보다 월등
경기남부경찰청 통계 자료
#1. 지난달 28일 저녁 수원 인계동의 한 술집에서 친구들과 술자리를 갖던 이모(35·수원)씨는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건너편에서 술을 먹던 일행 중 한명이 다가와 '자꾸 쳐다본다'고 시비를 걸었기 때문이다. 서로 주먹이 오가는 싸움으로 번졌지만, 술집 주인과 일행들의 만류로 현장에서 합의를 보곤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야만 했다.

#2. 안양에서 사업을 하는 최모(44·시흥)씨는 30도를 훌쩍 넘는 지난 5일 낮 은행 업무를 바삐 보러가다가 지나가는 행인과 어깨를 부딪혀 시비가 붙었다. 사과를 했음에도 상대방으로부터 "더운데, 별 XX가 신경 건드리네"라는 답변을 들었다. 말싸움으로 끝나긴 했지만, 하루종일 찝찝한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

최근 폭염과 장마 등으로 불쾌지수가 높아지면서 경기남부지역에서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상대방과 시비가 붙거나 폭행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11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7~2018년까지 2년간 지역 내 월별 폭행 발생건수는 날씨가 더워지는 6~8월 평균 2637건(2017년 2675건·2018년 2599건)으로, 연초인 1~3월 평균 2259건(2017년 2196건·2018년 2323건)보다 16.7%(378건) 증가했다.

주취에 의한 경우도 있지만, 날씨가 더워지면서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 등의 사소한 시비로 경찰에 신고하거나 욕설에 주먹다툼까지 번지는 사건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올해는 아직 8월이 지나지 않아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여름철 폭행 발생 및 신고가 늘어나는 것은 불쾌지수가 높아지면서 평소처럼 분노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11일 수원에서 한 40대 노숙자가 인근 공원에서 술 마시던 중 자신에게 욕설한 것으로 오인해 아무 이유도 없이 초등학생을 폭행해 구속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름철 무더운 날씨 때문에 사소한 시비가 붙여 폭행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늘고 있다"며 불쾌지수가 높으면 감정 조절이 안되는 만큼 여름철 술을 자제하고 충분한 휴식 등으로 스트레스를 줄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선 기자 kj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