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청이 최근 5년 동안 여름철 물놀이 안전사고를 분석한 결과 물놀이 사망자는 약 200명이다. 이 중에서 30명이 음주수영으로 숨지고, 익사 직전 구조된 경우도 60건이나 된다. 실제로 정부기관의 연구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를 넘을 때, 즉 소주 반병을 마시면 익사 위험성이 10배나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주 한 병을 마셔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5%를 넘을 경우 사고 위험은 무려 60배로 높아진다. 술을 마시고 물에 들어갈 때 가장 큰 위험은 심장마비다. 여름철 기온이 높은 가운데 술까지 마시면 열이 더 나게 되고, 혈관은 더 많이 확장된다. 그런 상황에서 차가운 물에 들어가면 늘어난 혈관을 매우 빠른 속도로 수축시킨다. 이렇게 되면 순간적으로 굉장히 높은 압력이 심장을 강타하여 심장마비의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물놀이 사고의 30% 정도는 40대 이상에서 일어나는데, 이들의 주요한 사망원인이 심장마비다. 술을 마시고 물에 들어가는 행위는 급사로 이어질 수 있다. 알코올의 기본 기능은 '마취'이다. 일단, 알코올이 우리 몸에 들어오면 뇌 중추신경계에 진정작용을 일으킨다. 대뇌가 마비되면서 내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놓였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게 된다. 내가 해변에서 얼마나 멀리 들어왔는지, 스스로 헤엄쳐 나갈 수 있는 기구나 장비를 갖추고 있는지, 주변에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는지 등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게 된다. 또 평형감각도 떨어지게 되어 물 속에서 중심을 잃고 쓰러지기 쉽다. 저체온증도 문제다. 술을 마시면 술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대사 열이 발생한다. 그 열을 밖으로 빼내기 위해서 혈관을 확장하게 된다. 그렇게 체온을 떨어뜨리게 되는데, 물 안에 있으면 체온은 물 밖에 있을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떨어지게 된다. 문제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는 이렇게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오히려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열 때문에 덥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저체온증이 온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체온이 떨어졌다는 걸 느꼈을 땐 이미 늦는다. 근육이 평소처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바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음주수영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예방이 최선책이다. 술을 마시면 물에 들어가지 않는 상식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누군가 술을 마시고 물에 들어가려고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미리 말려야 한다. 굳이 음주와 수영을 같이 즐기고 싶다면 물놀이가 모두 끝난 후 술을 마셔야 한다.

/이주원 인천송도소방서 시민수상구조대 소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