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신갈야간학교 어르신 학생들
내달 문해의달 선포식서 합창공연
▲ 지난 7일 신갈야간학교 합창 수업 모습. /사진제공=용인시

"친구 손 잡고 처음 간 학교. 진땀나는 받아쓰기. 그래도 나는 좋아 공부병 나을테니…."
어려운 집안 사정이나 전쟁의 피해 때문에 배워야 할 시기를 놓친 어르신들이 늦깎이 학생이 돼 배움에 도전한다는 내용의 노래 '난생 처음 그린 그림'의 한 소절이다.

지난 7일 기흥구 신갈동 신갈야간학교엔 여름방학에도 열정 가득한 만학도들이 모여 합창 연습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 60~70대의 어르신들이다. 어르신 학생들은 9월에 열릴 문해의 달 선포식 행사에서 축하공연을 하기로 해 행여 가사를 잊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며 입을 맞추고 있었다.

이곳에서 중학 3학년 단계 수업을 듣고 있는 주덕순(상하동)씨는 "문해수업 중간에 틈틈이 하던 노래교실이 재미있었는데 지난해 정식으로 합창수업이 생겼다. 덕분에 큰 무대에도 서게 돼 너무 뿌듯하고 보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동두천시, 하남시, 부천시 성인문해 학생과 뜻을 모은 '동하신부 합창단'을 설립한데 이어 10월 서울 꿈의 숲 아트센터에서 첫 정기연주회도 가질 예정이다.

용인시가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에게 초·중등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성인문해교육에 늦깎이 학생들은 이처럼 뜨거운 열정을 보이고 있다.

신갈야간학교 윤선희 교사는 "20년동안 지나치기만 했던 병원을 보고 그제야 병원명을 알아보게 됐다는 분, 은행에 가서 이름을 직접 쓸 수 있어 좋다는 분 등 한글을 배워 생활에 도움을 받은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시는 관내 10곳의 성인문해교육기관에선 450여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학생들은 국어, 영어 등 문해교육과 문학, 음악, 창의 체험 등의 선택 교과 과정을 배운다.

시는 올해 교육부 성인문해교육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지원받은 3200만원을 포함해 3억7180여만원을 지원한다. 이들 학교는 8월 중순 2학기를 시작하는데 학령기에 기초교육을 받지 못한 만19세 이상의 용인시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시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기초적인 한글교육은 물론 자존감이 향상된다며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하반기엔 시화전과 합창 연주회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으로 어르신들의 제2의 인생을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김종성 기자 jskim@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