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홍재옥 소망 "물질 할 수 있을 때까지 바다로 나가고 싶어"
▲ 지난 7일 백령도 용기포항에서 다시마를 손질하고 있는 홍재옥씨.

"물질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바다로 나가고 싶어요."

지난 7일 오후 5시 서해 최북단에 있는 섬 백령도.

해녀 홍재옥(70)씨가 용기포항에서 전날 건져 올린 다시마를 손질하고 있다. 홍씨는 다시마를 채취하기 위해 매일 곡괭이를 들고 바다로 향한다. 겨울이면 해삼과 전복을 캔다.
그는 "백령도에는 여자들뿐 아니라 남자들도 물질을 하고 있는데, 인원은 옛날에 비해 많이 줄었다. 해녀는 5명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남성들도 고령의 나이로 물질을 포기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한다. 백령도에서 '숨비소리'(해녀들이 숨이 차오를 때 물 밖으로 나오면서 내뿜는 휘파람 소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백령도는 인천에서 가장 많은 해녀·해남들이 활동하는 일터였다. 백령도 주변에 전복과 해삼 등 바다 자원이 풍부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제주도 해녀들이 백령도로 이주해왔다는 설이 전해지고 있다.
1970~80년대까지 물질하는 어민들이 넘쳤지만 이후 해가 지날수록 그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대부분 고령의 나이 탓에 활동을 포기하는 경우다.

실제 인천 옹진군에 따르면 특별한 산소 호흡장치 없이 수심 10~20m 이내 바다에 잠수해 해산물을 캐내는 어업의 한 종류인 '나잠어업'을 등록한 어민은 모두 300여명으로, 이중 백령도 어민이 286명으로 가장 많다.

그러나 정작 물질을 하는 인원은 전체의 10% 수준인 2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들의 대를 이을 젊은 어민들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이런 흐름이라면 언젠가는 백령도에서 해녀나 해남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두무진에서 장모와 함께 물질을 하고 있는 윤학진(41)씨는 "선배 해녀·해남들이 대부분 노쇠하다 보니 점점 물질하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결국 은퇴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전복과 해삼 등 풍부했던 바다 자원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도 물질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이 거의 없는 이유라고 본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