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싸움에 빼든 칼, 누구를 베고 있나요

 

 

지금 워낙 온 나라가 떠들썩하여 무슨 깃발이라도 흔들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무언가 큰 잘못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청와대가 앞장서서 '더 이상 지지 않는다' 하고 나라끼리 편싸움하니 '더불어 살자'할 세계시민은 간 곳이 없습니다. 단결할 만국의 노동자도 없습니다. 물론 아베정권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수출규제)라는 것이 전범국가 일본의 뻔뻔함에 바탕을 둔 것이니 가만히 두고 볼 일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당연히 대한민국이 전범국이라 한 어느 개신교 목사 말마따나 자발적으로 일본군에 입대하여 일본왕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전범 출신 다까끼 마사오(한국명 박정희)의 쿠데타 정권이 일본과 협상하여 국교정상화를 한 것을 백 번 인정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를 침략한 일본이 조선민중을 강제로 끌고가서 일본 민간기업 노동자로, 또 성노예로 부린 전쟁범죄에 대해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야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고 꼭 이루어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 해서 온 나라가 마치 전쟁이라도 벌일 듯이 들끓는 지금을 결코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이 일본의 수출규제를 핑계로 그간 대일경제종속구조를 심화해온 기업들에게 책임을 묻기는 커녕 오히려 6조 원을 지원한다 하고, 도대체 무슨 맥락으로 고용노동부가 8월 초 일본의 수출 규제가 '사회 재난에 준하는 사고'라며 특별연장근로를 확대하겠다 하고 실제로 노동시간이 12시간이 넘어도 10시간으로 볼 수 있게 7월 31일 재량근로제 운용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걸까요?

이 뿐만 아니라 8월 5일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사고(2011)와 구미의 불산누출사고(2012)를 당한 국민이 앞장서서 화학사고 예방을 위해, 화학물질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 만든 법인 화평법(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등에 관한 법률)과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을 완화한다고까지 했네요.

문재인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를 핑계로 과로사한 노동자들, 그리고 불산누출 등 화학물질로 인해 죽어간 노동자와 고통받은 시민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만든 법을 되물리고 있습니다.

세계 1등기업이라 한지 오래인 삼성이 왜 국내 기업을 육성하지 않고 일본에 종속되어 있었던 걸 따지지 않는 걸까요? 일본이 수출규제하면 왜 노동자들이 더 노동해야 하고, 시민들이 왜 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건가요?

나라끼리 편을 가르고 싸우는데 휘둘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고 넘어가고 있지는 않은가요?
너는 애국자냐? 어느 나라 사람이냐?라는 말 속에 든 칼이 누구를 베고 있을까요? 누가 왜 이런 일을 부추기고 누가 다치고 죽는지 돌아봅시다.

지금의 현실은 나라끼리도 서로 의지하고 살아야 하는 시대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당연히 시대의 의제인 '더불어'라는 말이 입에 발린 말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한 때입니다. 국민 서로가, 남북이, 한중일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