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

올해 들어 북한화교와 관련된 여러 사건이 발생하여 북한화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30일 러시아에서 난민으로 생활하다 북한국적으로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한 A씨(64)는 북한화교인 부친을 두었지만 태어난 곳은 중국이었다. 그가 북한이 아닌 중국에서 태어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한국전쟁의 영향일 것이다.
중국정부는 인천상륙작전 후 북한 거주 자국 교민의 안전을 위해 중국으로 대폭 귀국시켰다. 1952년 하반기부터 1953년 상반기까지 중국으로 귀국한 화교는 2만8000명에 달해 잔류한 북한화교는 1만1839명으로 급감했다.

A씨의 부친은 당시 귀국화교였고, 귀국 얼마 후인 1955년 A씨가 태어났다. 한국전쟁 휴전 직후 중국 귀국 북한화교 가운데 일부는 다시 북한으로 돌아갔지만 A씨의 부친처럼 돌아가지 않은 북한화교가 더 많았다. 그 이면에는 북중관계의 악화가 있었다.
1960년대 들어 북한정부의 압력으로 북한국적을 취득하는 화교가 증가하고, 화교학교는 북한 현지화가 이뤄졌다. 화교학교 사용의 교과서는 북한정부 검인의 한글 교과서이고 교사의 상당수가 북한사람으로 교체됐다. 그런데 A씨가 왜 거주지인 중국을 떠나 러시아로 이주하여 난민이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A씨는 러시아에서 난민 허가 기간이 종료되려하자 한국을 거쳐 라오스로 이주하려 했다고 한다.

한편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8일 탈북 북한화교 4명이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찾아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고 한다. 이들 4명은 A씨와 조금 사정이 다른 것 같다. 법무부는 그들이 북한사람이 아닌 화교이기 때문에 그들의 난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부가 그들을 중국으로 추방하기 위해 주한중국대사관에 그들의 신분확인을 요청했지만 대사관은 자국의 국민이 아니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4명의 탈북 북한화교 가운데 한 명인 B씨(48)는 2009년 탈북하여 한국에 입국했다. 입국 후 10여년 동안 전국 각지의 농촌, 공장, 공사장 등을 전전하며 일했다. 난민 신청자 C씨는 "한국에선 중국 사람이라 하고 중국에선 북한 사람이라네요. 언제까지 떠돌이 무국적자로 살아야 할지…"라고 경계인의 처지를 토로했다고 한다.
B씨는 입국 시 북한여권을 소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에선 화교일지라도 현지 관리에게 뇌물을 주면 북한여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고 한다. 2013년 발생한 '서울시공무원 간첩 조작사건'의 피해자인 북한화교 출신 유우성씨도 2004년 입국할 때 북한여권을 소지하고 있었다.

북한화교가 국내 이주를 선택한 원인은 경제적 원인이 크다. 탈북자로 인정되면 정착금도 받을 수 있고 국내 취업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행을 선택하는 북한화교보다 중국으로 귀국하는 북한화교가 훨씬 많다.
현재 북한 거주 화교는 3000여명에 불과하다. 평양과 신의주에 많이 거주하고 있다. 중국에 귀국한 북한화교를 중국에선 '조선귀국화교'라 부른다. 중국은 북한을 '조선'이라 부르기 때문에 이러한 명칭이 붙여진 것이다. 중국에선 북한화교를 '조선화교'라 부른다. 한국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조교(朝僑)'는 '조선귀국화교'의 줄임말로 보면 된다. A씨의 부친도 '조교'인 셈이다.

중국정부는 해외에서 귀국한 화교를 위해 '귀국화교연합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물론 '조교'도 이 연합회에 참가해 활동하고 있다. 북한화교가 중국에 귀국하면 현지의 행정관청에 가서 중국여권을 근거로 현지의 신분증을 취득한다. 이것이 있어야 중국에서 정식 취업을 할 수 있다. 중국은 호적제도가 있기 때문에 친척이나 취업 기관을 통해 호적도 취득한다. 그러나 '조교' 가운데는 북한국적을 유지하면서 중국 동북3성에 거주하는 화교도 적지 않게 있다.

'조교'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중국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다. 신의주의 대안인 중국 단동에는 '조교'가 약 8000~1만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 인구는 북한에서 귀국한 화교만을 포함시킨 것으로 그들의 가족을 합하면 10만명에 육박한다. 북한과 가까운 길림성 용정에도 '조교'가 많이 거주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경계인인 북한화교와 '조교'의 국내 입국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그들에 대한 법적지위 문제를 제대로 정립해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