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송도소식지 주민기자·시인

얼마 전 강원도 영월에서 열리는 '동강 국제 사진제'에 갔다. 세계 사진작가들의 사진 전시회를 비롯해 영월지역의 풍경을 담는 사진 콘테스트가 개최됐다. 문화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관광과 사진촬영을 했다. 자연의 재발견이다. 아름다운 정취를 만끽하며 잠시나마 지역문화에 젖어볼 수 있었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많은 사람들이 영월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침체되고 소외된 지방에 미력하나마 활력소가 되어준 축제였다.
영월은 한자로 寧越이다. '편안하게 넘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름에 걸맞게 강원도 정선에서 영월로 흐르는 동강은 유유히 휘감아 도는 물줄기가 특색이다. 세월에 깎여 나간 산자락이 한반도 지도모양을 이룬 선암마을은 '한반도 지형'이라는 이름으로 관광명소가 됐다. 동강의 흐름을 따라가는 래프팅 코스도 인기다. 단종의 유적지인 장릉도 유명하다. 뗏목을 타고 건너가는 뗏목마을 청령포에는 600년 된 소나무를 비롯해 군락을 이루는 고목의 소나무 숲이 가히 환상적이다.

아름다운 자연, 세계의 관심을 불러오기에 손색이 없는 천혜 자원은 영월의 자랑이다. 영월을 널리 알리고자 시작된 동강국제사진제는 해마다 열린다. 지역경제를 살려보려는 행보다. 올해로 18회 째로 접어들었다. 해마다 참가인원이 늘어나 올해는 220명이 넘었다며 주최측은 소박한 기쁨을 밝히기도 했다.
느린 걸음이지만 꾸준히 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다행스러웠다. 출품한 사진 중에서 수상작을 가려 발표하고 폐회를 선언하면서 참가자 전원에게 강원도 특산품인 감자를 1박스씩 안겨주었다. 찐 옥수수를 나눠주는 정감어린 장면도 훈훈했다. 허름한 집에서 맛본 감자옹심이도 일품이었다. 수상여부에 관계없이 문화를 즐기려는 분위기가 인상에 남는다.

미래의 화두는 문화다. 지역마다 그 지역의 특색을 부각시켜 지역산업을 살려보려는 문화산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도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원하는 '문화가 있는 날' 행사도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전국에서 실시되고 있다. 워라밸을 지향하는 현대인들의 욕구에 부응함은 물론 지역문화 발전에 일조하는 바 크다.
지역에 따라서는 특색을 살린 문화행사가 그 지역 경제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하회탈을 쓰고 별신굿을 공연하는 안동 하회마을, 서민의 애환을 노래하는 충북 음성의 '품바축제', 옛 왕국을 재현하는 공주의 '백제문화제'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고 있는 인천의 문화는 어떠한가.
300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인천은 이렇다 할 문화가 형성되지 않았다. 예술문화회관이나 아트센터인천도 역할이 미미하다. 근대 개항지로서 일찍이 외국 문화를 접하고 산업화의 역군으로서 현대문명을 생산해 낸 곳이지만 문화적으로는 낙후되어 있다. 인천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 선진 문물이 드나들던 다양한 문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창조적 문화를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인천의 격이 '수도권', '위성 도시'에 머물러서야 되겠는가. 산업의 근대화를 이끌었던 역동적인 힘을 전환시켜야 한다. 인천을 대표할 수 있고 시대적 트랜드에 걸맞은 인천문화의 창조와 보급은 시급한 과제이다. 모두 힘을 모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