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에 사는 정유나(30세·가명)씨에게는 최근 들어 생긴 습관이 있다. 생필품부터 화장품, 의류까지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일본제품인지 꼼꼼히 확인한 후 장바구니에 담는다.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 꽤 오랜 기간 즐겨 찾았던 일본산 선크림과 속옷은 일찌감치 장바구니 대신 불매운동 목록에 포함됐다.
단순히 일본기업 제품만 불매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일본의 지분이 높은 기업들의 제품도 일단 거르고 본다.
정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본 지분까지 따지고 있다. 내 소비가 일본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번거롭지만 하나하나 살펴 제외하고 있다"면서 "주위에서도 즐겨 마시던 소주 대신 타사 제품을 선택하는 등 불매운동 초기에 비해 더욱 정교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이 한 달 가량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불매 대상의 범위는 확대되고 기준은 날카로워지고 있다. 일본 기업의 지분투자로 '일본계 기업'이라는 논란에 휩싸인 일부 국내 업체들은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며 선을 긋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세븐일레븐과 다이소, 쿠팡 등 국내 유통업체들도 불매운동의 표적이 됐다.
미국에서 시작한 편의점 브랜드인 세븐일레븐은 1980년대 코리아세븐이 미국 측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한국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일본 기업 이토요카도가 미국 세븐일레븐의 지분 70%를 인수했다는 점이 알려지며 일본계 기업이라는 공격을 받고 있다.
이에 세븐일레븐 측은 최근 가맹점주들에게 공지문을 보내 "세븐일레븐은 글로벌 브랜드이고 코리아세븐은 대한민국 기업이다. 당사는 미국 세븐일레븐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활용품 판매 업체 다이소를 운영하고 있는 아성다이소는 1998년 서울에서 '아스코이븐프라자'로 시작했다. 국내 회사로 운영했지만 2000년대 일본의 대창산업과 합작하며 다이소아성산업으로 변경됐다. 아성다이소의 지분은 국내 법인인 아성에이치엠피가 절반가량, 일본의 대창산업이 30% 이상의 지분을 각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일본에도 대창산업이 운영하는 동일한 상호의 균일가 생활용품 업체가 2000여개 이상 있다는 점이 알려지며 일본계 기업과 다를 바 없다는 비난이 일고있다.
아성다이소 측은 "일본 다이소와는 지분 투자 외 로열티 지급이나 경영 참여 등 관계가 없다. 삼성전자도 외국인 지분율이 높지만 그렇다고 삼성전자가 외국 기업은 아니지 않느냐"며 적극 반박에 나섰다.
당일 배송 시스템으로 유명해진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은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가 지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SVF의 쿠팡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30%가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쿠팡 측은 자체 뉴스룸 사이트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설립돼 성장했고 사업의 99% 이상을 국내에서 운영한다"며 "이미 2만5000명의 일자리를 만들었으며 연간 1조원의 인건비를 지급한다"고 해명했다.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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