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유기죄' 적용 '난관'
피해 사실 입증에 '총력'
붉은 수돗물 사태의 형사적 책임 여부를 수사하는 경찰이 직무유기 혐의와 함께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수돗물 음용으로 상해를 입은 사례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으로 경찰은 피해 사실 입증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5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붉은 수돗물 사태와 관련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의 직무유기 혐의를 수사 중인 경찰은 최근 관련 공무원들을 잇따라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앞서 시민단체가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박남춘 인천시장과 김모 전 상수도사업본부장을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거부하거나 방치해야 성립하는 직무유기죄를 이번 수돗물 사태에 적용하는 것이 대단히 까다롭다는 점이다. 경찰이 강제 수사에 나선 지 한 달 가까이 됐지만 지금까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대상이 아무도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를 따지고 있다. 이 죄는 공무원의 과실 행위로 상해가 발생했다면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혐의로 알려졌다.

이미 수돗물을 음용해 피부병과 위장질환 등 물리적 피해를 봤다는 피해 신고 수백 건이 상수도본부에 접수된 만큼, 경찰이 정확한 피해 사실만 확보하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합동조사단이 수돗물 사태에 대해 '음용 부적합' 판단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형사적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부적정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부의 수돗물 사고 원인 조사에서 최종적으로 음용 부적합 판단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업무상 과실치상 적용을 위해 피해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의사소견서 등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확보된 게 없다"고 밝혔다.

붉은 수돗물 사태는 지난 5월30일 서울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의 전기설비 검사 때 수돗물 공급 체계를 전환하는 수계전환 과정에서 수도관 내부 침전물이 탈락하면서 발생했다. 인천시는 이 사고로 63만여명의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