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는 도로답게, 마을은 마을답게' 어렵나요?

 

▲ 배다리 관통도로를 지하화하자는 1인 시위 모습.


2.5㎞ '배다리 관통도로'는 송도와 청라를 위한 중구 삼익아파트에서 동구의 동국제강까지로 지형의 높낮이가 있고 중구의 국도와 동구의 마을을 관통하는 '고속화 산업도로'입니다.
고가 도로로 내면서 주변 전체를 재개발과 재생이라는 명목하에 동구의 120년 주거 역사를 지우고 주민의 주거권을 침탈하는 야만적 정책을 시도한 것입니다.

2007년, 이 정책에 분노를 일으킨 주민들은 무효화를 주장하면서 대책위를 만들었습니다. 이어 시민모임이 들어서서 인천의 어른들의 호응을 끌어내며 함께해 주었습니다. 문학인과 언론인은 글로, 주민과 시민은 몸으로 헌신의 힘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짧은 기간 내에 7000명의 서명을 받아내고 역사적 가치의 토론회와 국회의사당 토론회, 국민배우 황정순 여사까지 배다리선언에 참여할 정도였습니다.

지금 1구간 고가가 세워지기 전, 우리 주민과 시민대책위가 1구간 고가의 교각을 만들기 전에 도로의 모양과 기능이 맞는지 점검 후에 해야 한다고 했지만, 갖은 방법을 다해 강행하려 했습니다. 우리는 1구간 현장을 점령했고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송림성당과 송현성당, 송현아파트, 누리아파트, 솔빛아파트, 금곡동, 창영동, 송림동 주민들 100명이 넘게 참여했습니다.

3구간에는 천막을 치고 천막농성(인천의 시민단체들과 주민들이 요일별로 추운 천막에서 자면서)으로 들어갔습니다. 공사를 맡은 현대건설은 현장 폭행사건을 유도해 고소를 하고, 현장 점거 주동자로 8명(강성칠, 문성진, 최기수, 민운기, 박태순, 곽현숙, 박원일, 정윤미)을 거론해 벌금도 물었습니다. 하지만, 솔빛아파트 주민과 주변의 억지 허락으로 1구간 교각이 세워졌습니다.

조택상 구청장 시절 구의 대장이 수문장으로 서주니 주민이 쉬는 기간이기도 했었습니다.
2008년 종합건설본부 방문으로 송도-청라간의 교통, 소통을 위한 고속화 산업도로로 설명을 듣습니다. 고속화 산업도로를 동네 한가운데 고가도로로 기획했고, 다시 지상으로 낼 것을 생각하는 무서운 기획이었습니다. 우리는 반듯한 지하도로로 '도로는 도로답게 마을은 마을답게' 하자는 제언을 합니다. 답은 "돈이 없어 못한다"였습니다.

우리가 무효화를 말한 것은 동구를 무시한 정책에 맞섰다면 다시 나라를 바라볼 때, 절실하게 필요한 고속화 화물차 관통도로로서 도로답게 반듯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제가 1인 시위 때 지름 142㎝(배다리 우리가 지켜야 할 인천의 역사입니다) 동그란 푯말 위에 가로 142㎝, 세로 60㎝ 푯말을 얹어 놓았었습니다. '산업도로는 반듯한 지하도로로!' 2010년 3월까지 시청 앞 1인시위는 이어졌습니다.

2015년 다시 불거진 도로문제는 도로 폐기가 아니면 완전 지하화를 말하며 천막을 친 뒤 688일을 지나고 있습니다. 2018년 인천시가 시장이 바뀌면서 민관 소통협의체를 제언했습니다.

하지만 중·동구 관통도로는 협의라는 말자체가 맞지 않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 자리에 나간 것은, 도로과가 상대가 아니라 새로 출범한 인천시가 인천의 정체성을 바로 볼 수 있는 정책에 초점을 잡고자 참석한 것입니다. 2018년 말까지 4회를 이어가면서 시의 소통관이 이건 도로과만이 아니라 문화와 역사성을 따져야 한다는 말이 나왔는데 중단돼 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2019년 1월21일 인천의 최고 연구소인 인천연구원에서 구도심 활성화 대책 연구문 중에 '중, 동구 관통도로에 대한 부분에서 완전 지하화' 할 것을 제언합니다. 이 정부에 건 희망이 숨 쉬는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제대로 된 정책이 인천연구원에서 시작 되려나?' 하는 기대심도 일어났었습니다.

하지만 협상이 중단된 사이에 소통관들이 가끔 진의를 묻는 말들은 인천의 굵은 정책의 소리는 없었습니다. 인천연구원이 살아 있다면 제일 먼저 동구의 뿌리를 제대로 다듬어내 저변에 잠재되어 간 인천 정신의 영양을 끌어내야 합니다. 역사와 문화를 바로 가르쳐 졸속적인 행정으로 쩔쩔매는 동구를 도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거꾸로 가는 듯해도 도로 문제가 이렇게 되도록 방치한 인천연구원! 당신들은 누구들을 위한 연구원인가? 묻고 싶네요.

시청 외벽에는 죽산 기리는 태극기가 펄럭인다.

/곽현숙 아벨서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