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전시교육과장이학박사
▲ 제비. /사진제공=국립생물자원관

 

인천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필자의 직장에서는 정말 가뭄에 콩 나듯이 제비를 만날 수 있다. 아마 우리나라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정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민족과 가장 친밀하고 많이 알려진 조류를 꼽으라면 까치와 함께 1, 2위를 다투지 않을까 생각하는 제비지만 최근에는 모습을 보기도 어려운 새가 됐다. 오죽했으면 몇 년 전에 문화재청에서 제비를 천연기념물로 등재하려는 시도가 있었겠는가.

전세계적으로 86종의 제비 종류가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6종이 기록되어 있다.
일반인이 잘 아는 제비와 호리병을 반으로 잘라서 붙여 놓은 모양의 둥지를 짓는 귀제비를 제외한 나머지 4종(갈색제비, 바위산제비, 흰턱제비, 흰털발제비)은 이름조차 생소하고 우리나라에 도래하는 수가 적어 전문가도 보기 힘든 종이다.

제비는 가을이 되면 추운 겨울을 피하기 위하여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했다가 이듬해 봄에 돌아와 번식하는데 과거에는 절벽이나 동굴에 둥지를 만들었지만 인간이 만든 구조물을 더 선호하게 됐다고 한다. 아마 천적으로부터 효과적인 방어를 위하여 사람과 동거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실제로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서는 번식하지 않고 마을회관이나 상점과 같이 사람의 출입이 잦은 장소를 더 선호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둥지를 만들기 위해 약 1000번 정도 진흙과 마른 풀을 물어와서 암수가 함께 작업을 하고, 둥지가 완성되면 4~5개의 알을 낳고 대부분 암컷이 포란하지만 수컷도 돕는다.
알의 크기는 긴쪽이 18.6mm, 짧은쪽이 13.2mm이고 무게는 1.7g으로 새로 나온 10원 주화의 크기 18mm와 무게 1.2g과 비교하면 짐작하기 쉽다. 15~17일 정도 지나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 나오면 어미가 부지런히 나비, 나방, 파리류와 벌 등의 먹이를 잡아 먹이는데 제주도에서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한 마리당 농업과 임업에 영향을 미치는 해충 7800여마리를 구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제비가 사라지는 이유는 주택개량에 따라 번식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졌다. 습지의 감소에 따라 둥지를 지을 재료가 부족하게 되고 농약의 지속적인 사용에 따른 중독의 영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지구 차원에서 봐도 제비는 아시아는 물론이고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그리고 아프리카와 호주에 이르기까지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 넓게 분포한다.

이렇듯 전세계적으로 넓게 분포하는 제비가 점점 보기 어려운 새로 변하는 것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주변 지역의 제비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면 상당수의 제비가 깃털에 구멍이 생기고 외부 형태학적인 기형과 유전적인 결함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발표되어 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철새인 제비의 연구와 보호에 대하여 인접 국가간 협력이 필요하지만 최근의 정세는 그렇지 않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