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희 경기동부취재본부 부장

한·일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이 2018년 대법원이 확정한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문제 삼으며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에서 뺐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맞대응에 나섰고 시민사회단체도 역사를 왜곡하는 아베 정권을 규탄하고 있다. 한·일은 지금 역사·경제전쟁 그리고 외교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독립운동가들이 웹툰으로 다시 태어나 우리곁에 돌아왔다. 매우 뜻 깊은 일이다.
성남시 산하 성남문화재단은 광복절인 15일 웹툰 플랫폼인 다음웹툰에 '독립운동가 33인' 이야기 연재를 시작한다. 독립운동가 웹툰은 1인당 24차례로 나눠 6개월 동안 실리며 누구나 온라인과 모바일로 무료로 볼 수 있다.

재단은 8일 다음웹툰에 '독립운동가 33인' 이야기를 1차 오픈한다. 또 7~9일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독립운동가 웹툰 연재 기념 전시회도 연다.
재단은 지난해 12월부터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일제 강점기 때 치열하게 항일 독립운동을 편 이들의 삶을 웹툰으로 조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어 역사학자 자문을 거쳐 김구, 홍범도, 김원봉 등 독립운동가 33인을 선정했다. 여기에 남상목, 이명하, 한백봉 등 성남 출신 독립운동가들도 포함됐다.

'식객'의 허영만, '바람의 나라'의 김진, 위안부 피해자를 다룬 '풀'의 김금숙 등 만화가와 스토리 작가 등 모두 40여명이 독립운동가 웹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작가들은 100년 전 일어난 3·1만세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때 온몸으로 일제에 저항하며 함께 한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풀어냈다.
재단은 독립운동가 웹툰을 책으로 출간하고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홀로그램 등 정보기술(IT)과 접목해 활용할 계획이다.

앞서 재단은 4월 웹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중국 임시정부 항일운동 유적지를 답사했다. 독립운동사 캐릭터 순회 전시와 청소년 창작 웹툰 공모전도 하고 있다.
웹툰 프로젝트는 계속된다. 내년 독립운동가 33인, 2021년 33인, 그리고 안중근이 마지막 100인의 주인공으로 낙점됐다. 안중근은 남북공동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역사 바로 세우기는 과거를 제대로 기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독립운동가 조명 사업이 역사 바로 세우기 과제를 푸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7월말 현재 독립운동가로 서훈 받은 이는 1만5511명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위대한 정신과 삶을 잘 알지 못한다. 이들을 다룬 콘텐츠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 프로젝트는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대중적인 문화 장르인 웹툰으로 만든 한국형 공공 콘텐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독립운동가 웹툰은 역사 바로 세우기의 콘텐츠 중 하나로 유용하다.

독립운동가 웹툰은 지금의 냉랭한 한·일 상황과는 관계없이 수 개월 전부터 준비됐다.
독립운동가 33인이 각자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우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린 웹툰을 보면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에드워드 핼릿 카)라는 말을 되새겨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