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경기양평소방서 재난예방과장

무더위가 길어져 냉방기구와 전기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전기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시기이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화재현황을 분석한 결과 화재 발생건수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사상자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화재 발생 시 사상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가연성 건축자재의 사용 증가로 치명적 유독가스가 다량으로 발생하고, 급격한 연소 확대로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 늦어짐에 따라 화염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유독가스로 인한 사망자가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화염보다 유독가스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함에 따라 초기 화재 진압에 실패하였을 경우 신속히 밖으로 대피해야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다.
'불이 나면 대피 먼저'라는 원칙으로 큰 피해를 막았던 사례로는 지난 1월 천안 차암초등학교 증축공사장 화재 시 900여명의 학생들이 신속히 대피해 당시에 한 명의 부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6월에도 은명초등학교에서 127명의 학생과 교사가 소방대피 매뉴얼대로 교실을 빠져나와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두 사례를 보더라도 화재 진압보다 신속한 대피가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임을 보여준다.
불이 나면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고 신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화재 시 대처 방법에 대한 우선 순위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다. 화재가 나면 소화기를 이용한 진화보다 화재 현장에서 신속히 대피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재난은 현실이다. 불이 나서 제때에 대피하지 못하면 농염으로 인하여 시야가 보이지 않고 유독가스를 마셔 사망할 수 있다. 불과 연기를 보면 비상벨을 누르고 '불이야'라고 외쳐 주변 사람에게 알려야 한다.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벽을 짚으며 낮은 자세로 대피해야 한다. 비상계단을 통해 아래층으로 대피하기 어려울 때는 옥상으로 대피해야 한다. 화재 시에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면 안 된다. 정전 시 엘리베이터 안에 고립되어 인명사고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전한 곳으로 대피한 후 119에 신고해야 한다.

예고없이 찾아오는 재난으로부터 나와 내 가족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평소 비상구와 대피로를 파악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평상시 경각심을 가지고 있어야 화재가 발생하였을 때 침착하고 신속히 대피할 수 있다. 신속한 대피만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며 생존을 위해서라도 대피가 최우선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