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가수·성우 등 공연
일본인 출연 반대 여론
시민단체 "항일 동참을"
주최측 "차질없이 운영"

국내 문화예술계에서도 '노 재팬(No Japan)'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15일 제74회 광복절을 전후해 열리는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일본인 출연진들에 대한 반대여론이 일고 있다.

일본인 게스트들은 14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주요행사마다 출연계획이 잡혀 있다.

올해로 22회를 맞은 부천국제만화축제는 1997년부터 열리고 있는 국내 대표 만화 축제다.

매년 10만명 이상이 다녀가며 국내뿐만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만화 축제로 성장했다.

그러나 올해 예정된 프로그램 중 15일 광복절 당일 진행하는 'GICOF×애니 사운드 페스티벌'에 일본 애니메이션 가수인 후쿠야마 요시키와 일본인 성우 카게야마 리사가 출연자 명단에 오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출연자는 15일과 17일 축제 무대에서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삽입곡 라이브 공연 등도 할 예정이다.

부천국제만화축제 관계자는 "만화 산업에서 일본은 배제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며 "일본과 상당한 문화교류를 해 온 터라 이번 축제는 차질 없이 운영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축제에서 진행하는 애니 사운드 페스티벌 무대에서도 일본인 성우와 가수가 공연을 펼치지만 내용 중 특별히 민감하게 작용하는 부분은 없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관제 부천국제만화축제 위원장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축제가 한·일 문화교류의 장이자, 화합의 장으로서 악화한 양국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소식을 접한 부천지역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양국 간 분위기가 심상찮은 상황에서 별다른 내용 축소나 변동 사항 없이 행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놨다.

이에 대해 박종선 민족문제연구소 부천지부장은 "현시점에서 특히 광복절을 전후로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는 일본인 게스트 출연은 한 번 더 생각을 해봐야 하는 문제"라며 "전국 각 지자체가 앞다퉈 항일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데 행사를 담당하는 부천시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예술계 전반의 '노 재팬' 움직임은 벌써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광복절 하루 전인 14일 국내 개봉 예정이던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달 탐사기'의 개봉일이 무기한 연기됐다.

지난달 잇달아 개봉한 '극장판 엉덩이 탐정'은 13만4000명, '명탐정 코난: 감청의 권'도 20만7000명이라는 저조한 흥행과 함께 평점 테러에 시달리며 사실상 극장가에서 만나볼 수 없게 됐다. 또 일본 영화 3편은 상영관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반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주전장'(감독 미키 데자키)은 개봉 일주일 만에 1만명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을 기록 중이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