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주고 끌어주며 '같이'의 가치를 배우다

 

▲ 김종현 인천 고교연합 합창단 지휘자. /사진제공=인천문화예술회관

 

▲ 최다정(18·인천전자마이스터고2)양. /사진제공=인천문화예술회관

 

▲ 인천 고교연합 합창단원들이 김종현(오른쪽) 지휘자와 연습하는 모습. /사진제공=인천문화예술회관


과거 인천에선 고교 합창단이 유명했다. 거의 모든 학교가 교내 합창단을 운영했으며 대규모 경연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전국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실력이 출중했으며 그만큼 활발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인천 고교 합창단이 전멸 수준으로 사라졌다. 치열한 입시 제도를 견디는 고등학생들이 합창 연습에 시간을 내어주기란 어려웠다. 현재 인천의 청소년 합창단은 구에서 운영하는 소년소녀합창단과 예술고교의 엘리트 중심 합창단 정도가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합창단이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는 1~2군데에 그친다.

한때 찬란했던 인천 고교합창이 오는 8일 그 명성을 되찾는다. 김종현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의 굳은 의지로 인천 고교연합 합창단이 부활한 것이다. 4월부터 인천 고교연합 합창단원을 모집한 김 감독은 5주간의 훈련 끝에 8월8일 오후 7시30분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 74명의 학생들과 합창 무대를 갖는다.


4월 70여명 모여 '연합 합창단' 꾸려
5주간 자세·호흡 등 기초부터 배워
8일 인천문예회관 대공연장서 공연

음치부터 성악 지망생까지 쭈뼛쭈뼛 모인 74명
김종현 감독은 평소 청소년 합창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서로에게 귀를 기울여 음을 맞추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합창이 청소년기의 성장에 얼마나 좋은 영향을 주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되살려 인천에서 학생들 합창단을 이끌어 보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막상 인천은 과거의 영화가 모두 사라진 뒤였다.

한창 공부해야 하는 시기라며 교사와 부모님의 반대도 컸다.

김 감독은 일단 단원을 모아보자고 했다. 지난 4월,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지인에게 알음알음 부탁해 겨우 70여명의 남녀 학생들을 모집했다. 서인천고, 영화관광경영고, 전자마이스터고, 세일고, 부광고 학생들이었다.

아이들 중에는 노래 제법 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아예 음정을 못 잡는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은 합창을 한 경험이 전혀 없었고 합창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우리가 부르는 노래, 두 달의 기적
이들은 7월부터 매주 주말 예술회관에서 만나 연습을 했다. 소프라노, 알토, 테너로 파트를 나누어 합을 맞춰갔다.

처음엔 소리를 어떻게 내는지도 몰랐다. 자세와 호흡·발성법을 하나하나 배우며 진짜 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 다음엔 '함께'를 알아가야 했다. 철저하게 공동작업인 합창은 혼자서는 못할 노래를 여럿이 힘을 모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단원들은 진지했고 열심이었다. 때로는 발을 크게 구르며 웅장하게 나섰다가 때로는 허밍으로 다른 파트를 뒷받침해줘야 할 때도 있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이들의 하모니는 단단해졌다.

인천고교연합합창단이 함께 부를 노래는 김소월 시에 곡을 붙인 '못 잊어'와 볼빨간 사춘기의 '나의 사춘기에게'다.

특히 '나의 사춘기에게' 가사는 고교생인 단원들의 지금 심정을 잘 표현하고 있어 마치 내 얘기를 하듯 부를 예정이다.

"온 세상이 너무나 캄캄해 차라리 내가 사라지면 마음이 편할까, 사랑받을 수 없었던 내가 너무나 싫어서, 엄마는 아빠는 다 나만 바라보는데, 내 마음은 그런 게 아닌데 자꾸만 멀어만 가."


[인터뷰] 김종현 인천 고교연합 합창단 지휘자
"아이들 마음과 소리 모아 세상 가장 훌륭한 연주해"

"합창은 수프(soup)와 같아요."

고기와 채소가 어우러지며 각자의 모양이 한데 섞인 맛있는 음식. 김 감독은 합창을 수프에 비유했다. 다만 청소년들의 합창은 일반적인 합창보다 더 한 무엇이 있다.

"내 자신보다 남의 소리를 들어야 소리를 모을 수 있지요. 합창의 특성상 성장기 청소년은 수리력과 집중력을 키우게 됩니다. 사회성과 자신감 향상에도 도움이 되죠."

합창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도 중요하지만 김 감독은 이번 합창단을 지휘하면서 가장 아름다운 합창을 봤다고 말했다.

"그저 노래하기를 좋아하고 다양한 재주를 가진 아이들이 황금 같은 시간을 쪼개어 스스로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마음과 소리를 모아 정성을 다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연주죠."

김 감독은 이번 합창단을 계기로 침체돼 있던 인천 고교합창이 부흥하길 바라고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제 우리가 함께 부른 소리가 오늘 노래와 또 다르다는 점이지요. 우리가 함께 이뤘다는 자긍심을 학생들의 변화를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인터뷰] 최다정(18·인천전자마이스터고2)양
"새로운 모습 발견하고 발전하는 모습에 벅차"

최다정양은 동아리 교사의 권유로 이번 합창단에 지원하게 됐다. 자격증과 입시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2학년이라 부담도 됐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겠다는 기대로 시작했다.

"잘 할 수 있을지 몰라서 처음엔 너무 떨렸어요. 하다 보니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고 갈수록 발전하는 우리를 보며 벅찼어요."

초반에 망설였던 그는 지금은 연습할 날이 기다려진다. 부모님도 응원해주시고 격려해 주신다.

8일 공연을 앞두고 다정양은 개인 연습과 목 관리에 들어갔다.

"감독님이 좋아하는 음식 냄새를 맡는 것처럼 숨을 들이키라고 했어요. 이렇게 호흡을 시작하죠. 단원들 모두 공연 때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