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칭우 경제부장

일본 불매운동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아마도 관광일 것이다. 수치로 파악하기도 쉽고 중앙정부보다 지방정부에 직격탄이 되기에 일본 내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좋은 산업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838만명) 다음으로 일본을 가장 많이 방문한 한국(753만명)은 올 상반기에만 386만여명이 일본을 찾았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3.8% 감소했다.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로 불매운동이 불붙은 7월부터 감소세가 커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불매운동이 본격화하고, 휴가철에 돌입한 7월15일 이후 인천공항을 통해 일본에 다녀온 여행객 수가 60만8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62만명)보다 1만1000명(1.8%)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공항 전체 여행객 수가 7%대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과 여름성수기는 위약금이 커 취소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일본으로 가는 여행객 수가 불매운동에 큰 영향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7월 넷째주부터는 일본 출국자 수가 작년보다 10% 이상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루 평균 1200명 가량의 일본 여행객을 유치하는 하나투어의 경우 7월 중순 이후 신규 예약이 400명 수준으로 70%가량 줄었다. 모두투어 역시 7월 일 평균 800여건에 달하는 신규 예약건수가 50%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휴가철에도 일본여행 인기가 시들하자 항공사들도 일본 노선 정리를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9월3일부터 주 3회 운항 중인 '부산~삿포로' 노선 운항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적극적으로 일본 노선을 감축하고 동남아, 중국 등 대체 노선의 공급을 늘리고 있다. 중국 노선 확대에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일본 노선 비중이 35%에 달하는 이스타항공이다. LCC 중 처음으로 지난달 중순부터 인천~상하이(주 7회)에 비행기를 띄웠다. 8월에는 인천~정저우, 9월에는 청주~장자제 노선 취항을 준비 중이다.
제주항공은 이달 21일 무안~장가계와 22일 옌지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에어부산은 부산~옌지 주 6회, 부산~장가계 주 4회로 증편 운영하기로 했다. 마침 올해 한중항공회담으로 한중 하늘길이 대폭 늘었다. 공급 과잉 양상으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한일 노선을 줄이려던 차에 노 재팬 운동이 전환점이 된 것이다.
관광산업 자체가 숙박업, 음식점, 쇼핑 등 여러 산업끼리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데다 한국 관광객 비중이 큰 중소도시부터 직격탄을 받게 된다.

일본 정부통계종합창구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야마구치현, 기타큐슈 등 일본 지방도시를 방문한 외국인 10명 중 9명은 한국인이었다. 한국인이 방문하지 않은 일본 공항은 전체 30개 공항 중 이바라키 등 3곳에 불과했다. 야마구치우베, 기타큐슈, 오이타 공항의 경우 한국인 비중이 90% 수준이었다. 한일관계 악화로 인해 한국 관광객이 줄면서 일본의 중소도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지발 기사들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일본도 발빠르게 '한국관광객 대체재'를 찾기 시작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일본이 7월30일부터 중국에서 관광비자를 온라인으로 신청받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그간 불법체류를 이유로 현지 영사관을 직접 찾아야만 내주던 관광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다. 일본 경제에서 관광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데다 관광객 대부분이 중국과 한국인으로 쏠림현상이 큰 상황에서 일본올림픽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가세하게 되면 향후 무비자 정책과 일부에서는 보조금까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적으로 그리고 현재에도 복잡한 한·중·일이 관광을 매개로 치열한 삼국지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능동적인 카드로 민간인 사증 면제카드를 전격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2019 헨리여권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독일, 핀란드와 함께 187개국에 무비자 혹은 도착 후 비자발급으로 방문지 입국이 가능한 나라 세계 공동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189개국의 일본과 싱가포르다. 주목할 점은 대표적 빗장국가인 중국도 '환승', '경유'의 형태로 외국인에게 무비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무비자 정책은 우리의 '외국인 환승관광 무비자 정책'과 닮아 있다. 한국은 제주로 가기 위해 인천, 김포 등 7개 공항에 도착한 중국인 단체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내륙지역 무비자 입국을 허가하고 있다. 중국도 비행기나 선박, 열차로 중국을 경유해 제3국으로 가는 승객에게 중국 내 총 체류시간 최단 24시간에서 최장 144시간까지 머물 수 있도록 무비자로 입국을 허가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제3국에는 홍콩, 마카오 등 중국령 제3지역이나 대만도 포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