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위원

 

1988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 시절, 신혼여행은 99%가 제주도였다. 신혼 집들이를 가면 먼저 신혼여행 사진부터 돌려보는 것도 그 시절 풍경이다. 그런데 사진의 배경이며 구도가 먼저 다녀온 이들의 사진들과 하나같이 똑 같다.
셀카가 없던 시절, 가이드나 관광버스·택시기사들이 찍어준 사진이어서다. 그들이 선호하는 포토존에서, 그들이 요청하는 포즈로 찍힌 사진이니 판박이일 수밖에 없었다.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는 '한 번 정도' 가볼 만한 곳에 지나지 않았다. "제주도 갈 돈 있으면 동남아나 일본 가겠다"였다. 그러더니 언제부턴가 확 바뀌었다. 중국 등 외국인 관광객과 내국인 관광객이 서로 상승작용을 하며 '제주 붐'을 달궜다.

그런 제주에 비상벨이 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른바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이다. 먼저 제주공항에서부터다. 성수기에는 103초마다 항공기 한 대가 이·착륙하는 지경이다.
그래서 제2 제주공항 건설 추진에 나섰다. 그러나 찬·반 대립이 워낙 첨예해 섬이 둘로 쪼개질 정도라고 한다. 최종보고회도 제주를 떠나 세종시에서 겨우 열었다. 저마다 신공항을 갖고 싶어하는 육지에서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왜 그토록 반대하나 했더니 오버투어리즘 때문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주민들의 삶이 지속가능할 수 없겠다는 걱정이다. 우선 쓰레기를 처리 못해 산처럼 쌓여가고 있다.
제주 쓰레기가 필리핀으로 밀반출된 게 드러나 국제망신도 겪었다. 워낙 지하수를 개발하다 보니 물 부족 사태도 눈앞에 닥쳤다. 그러나 쓰레기 소각장이나 매립장 확충은 제자리 걸음이다. 주민들이 반대해서다. 그렇다고 '1분 43초당 1대' 꼴의 공항 포화상태를 방치할 수만도 없지 않느냐는 게 제2공항 찬성론이다.
4번째로 큰 섬인 인천 강화도가 최근 개발 바람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강화군에서는 5657건의 개발행위 허가가 났다. 화성시 다음으로 가장 많았다. 2017년보다 건수는 22%, 면적은 130%나 늘었다. 이에 따른 주민들의 민원도 쏟아진다. 이대로 가면 강화만 갯벌 등 천혜의 자연환경도 남아나지 않으리라는 걱정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저절로 투자가 몰려드는 매력적인 보물섬이라는 얘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과잉 관광이든, 과잉 개발이든 어쨌든 '즐거운 비명'이다. 이제 막 공항 건설이 추진되는 인천 백령도도 그런 비명을 지를 날이 오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