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과 흥행실패 이유 공유
"탄탄한 소재·훌륭한 연기에도 영화적 구조 생략돼 대중 공감 어려워"
▲ 봉만대(오른쪽) 감독이 영화 '칠드런 액트'에 대해 관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영화공간주안

"삶은 우연과 선택의 연속이라고 말하는 이 영화, 왜 흥행에는 실패했을까요?"

스크린 앞에 선 봉만대 영화감독이 객석을 향해 묻는다. 관객들은 저마다의 생각을 얘기한다.
7월31일 인천 미추홀구 영화공간주안에서 '봉만대 감독과 함께하는 북씨네(BookCine)' 다섯번째 이야기가 진행됐다. 이 날의 영화는 지난달 4일 개봉한 리처드 이어 감독의 '칠드런 액트(The Children Act·아동법)'. 작가 이언 매큐언이 2015년 쓴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주인공은 엠마 톰슨이 연기한 고등법원 가사부 판사 '피오나 메이'다. 한 평생 남의 삶을 재단하고 판결하던 59세의 피오나가 17세 한 소년의 사건을 맡으면서 마주하게 된 자기 삶에 대한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이다.

봉 감독은 한 치의 오차 없이 선을 갖춘 근엄한 주인공이 내밀한 감정을 휘저을 때, 믿어왔던 많은 가치들을 의심하는 상황을 세련된 방법으로 전개했다고 영화를 설명했다.

탄탄한 소재와 엠마 톰슨의 훌륭한 연기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는 영화적 구조가 가져오는 함정 때문이라고 짐작했다. 피오나와 소년 애덤의 갈등관계를 불러일으키는 '촉매제'가 필요한데 이 부분이 생략됐다는 것이다. 어딘가 밋밋하고 공감되지 않는 극 중 공백을 메우지 못해 대중성 확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영화 제목이 '칠드런 액트'로 설정된 까닭은 극의 근간이 되는 '아동법'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주인공이 겪는 '노년의 유아기'를 의미하는 것 아니겠냐고도 언급했다.

'칠드런 액트'를 두고 봉 감독이 관객들과 소통하는 내내 그 특유의 해학적 입담이 돋보였다. "내가 만든 영화도 아니니 신랄하게 훼손해 볼게요"라는 봉 감독을 8월에도 영화공간주안에서 만날 수 있다.

'북씨네'는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예술영화를 선정해 상영한 후 관객들이 영화감독과 함께 감상평을 나누는 방식이다. 영화공간주안이 연중 사업으로 추진하며 심현빈 관장이 진행한다.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 열리며 이번이 5회차다. 올해 11월까지 계속된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