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민 경인여대 영상방송학과 교수
▲ 영화 '나랏말싸미' .

 

<나랏말싸미>가 뜨겁다. 영화의 인기도 뜨겁고, 영화 속 역사 왜곡 논란도 뜨겁다. <나랏말싸미>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 그리고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팩션' 사극이다. 그동안 많은 매체를 통해 다뤄진 세종과 한글 창제 스토리지만, 여러 설 중 하나인 '신미 창제설'을 끌어와 기존에 보지 못한 세종대왕의 사극 영화를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그런 만큼 역사 왜곡 논란도 뜨거운 것이다.

일단 지난달 24일 개봉 첫날 1위로 출발하며 눈길을 잡았다. 특히 충무로의 '믿고 보는 배우' 송강호와 박해일, 고 전미선의 명품 연기로 웰메이드 사극이라는 입소문을 얻고 있다. 개봉 전 전미선의 갑작스러운 비보, 비슷한 소재의 소설을 낸 출판사로부터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당하는 등 이래저래 화제를 모으며 그래도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역사 왜곡 논란도 계속 뜨거운 것도 사실이다.
논란의 가장 큰 대목은 한글 창제 가설 중의 하나로 그것도 신빙성이 떨어지는 '신미 창제설'을 마치 역사적 사실처럼 그려냈다는 것이고, 또 우리 민족이 가장 존경하는 성군인 세종을 너무 무력한 왕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충분히 이해되는 주장이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다. 사실을 그대로 담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나랏말싸미>는 팩션 사극이다. 팩션이란 사실(fact)와 픽션(fiction)이 합해진 말로,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 인물의 일대기에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이야기를 꾸며낸 것을 말한다.
역시 영화의 시작 전 안내 자막에서도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했음'을 밝히고 있다.
물론 아무리 허구적 상상력을 다루는 영화일지라도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다루는 영화라면 가능한 논란의 소지가 없도록 역사적 사실과 고증에 철저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만큼 영화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아무튼 영화는 '영화'다. 따라서 관객 입장에서는 우선 영화를 영화 그대로 보는 안목과 해석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한다. 쉽게 얘기해서 영화의 주요 요소인 스토리텔링, 연기, 연출, 영상미학 등을 주목했으면 한다.
특히 세종과 신미와 소헌왕후로 분한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의 연기를 주목할 만하다. 송강호는 모진 질병의 고통과 유신들의 아집과 배척 속에서도 숭고한 애민정신으로서의 한글 창제에 대한 고뇌와 집념을 역시 '송강호답게' 분출하고 있다. 박해일은 다소 무리도 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신미의 캐릭터를 독자적으로 잘 표현해 냈다. 그리고 이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과 조화를 전미선은 촘촘하고도 우아한 연기로 넉넉히 뒷받침해냈다. 다만 고 전미선의 연기를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더욱 슬프게 한다. 이 세 배우의 연기를 연기 그 자체로 독자적으로 저울질해 보며 감상한다는 것은 영화 보는 재미와 안목을 더하게 할 것이다.

연기 외에 돋보인 점은 특별히 공을 들인 로케이션과 이를 잘 담아낸 영상이다. 합천 해인사 장경판전,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 안동 봉정사, 곡성 태안사 등 아름다운 우리 고찰들이 신비롭게 또 눈부시게 담겨져 있다. 뒷이야기로는 문화재청과 개별 사찰에 대한 끈질긴 설득이 따랐다고한다. 소중한 문화유산의 보호를 위해 극히 제한된 시간과 인력과 조명만으로 어렵사리 촬영했음에도 영상미학적으로 표현해 낸 장면들을 놓칠세라 잘 찾아보는 것도 역시 영화 보는 재미와 안목을 더할 것이다.

영화 <나랏말싸미>가 논란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영화는 '영화'다. 우선 영화 그 자체를 보기 바란다. 무엇보다도 영화 그 자체가 주는 재미와 감동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논란 많은 이 영화 속에서도 세종의 애민정신과 한글의 위대함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