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천연극계의 가장 큰 특징은 국내 연극계가 관객 감소로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공연무대가 오히려 전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증가가 공연무대의 활성화나 작품의 질적 향상과는 연결되지 못했다.

 충분히 기획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작비가 적게 든 소품들만 양산해 주목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대부분 관객모으기에도 실패했다. 40여건의 공연작품중 한달 이상 장기공연한 작품은 없었고 창작품도 인천연극협회가 전국 연극제에 참가하기 위해 만든 「데이 신따이」 한편에 불과했다.

 학교 등에서 단체관람을 회피하면서 예년에 비해 유료관객이 무려 40% 가량 급격히 줄어들었으나 무대에 올려진 작품수는 작년에 비해 10건 이상,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외부 기획공연작들이 인천에서 순회 공연했던 경우가 매우 드물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극단 집현의 「아버지의 노래」, 극단 십년후의 「데이 신따이」, 연말 3개 극단 합동공연 형식으로 무대에 올리는 「남자충동」 등 몇개 작품을 제외하고 대다수가 배우 두세명씩 출연하는 소품들이어서 비평계나 관객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IMF 와중인데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몇개 극단이 새로 창단되기도 했다. 「인토」, 「동쪽나라」의 경우 자체 극장까지 갖춰 창단됐고, 어린이 교육극을 전문으로 하는 「동이」가 연말 창단됐으며 「어진내 밝은극단」이 창단작품을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연수주부극단」이란 아마추어극단까지 새로 생겨 났다.

 또 다른 특징은 올해 1년 내내 수준 낮은 어린이 연극이 판을 쳤다는 것. 특히 예술계가 IMF 한파에 몰렸던 상반기는 성인극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어린이극만 집중 공연됐다. 성인극 극단까지 가세해 어린이극을 물량공세식으로 마구 공연했는데 제작여건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극단들이 흥미, 오락위주의 질 낮은 아동극을 양산하는 바람에 아동극의 수준을 더욱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공립극단인 시립극단도 주목받을 수 있는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공연해왔던 작품(실수연발)을 계속 재탕하거나 새로운 작품으로 내놓은 연극도 30분짜리 단막극(단군설화 시간 4331), 또는 국립극단의 상설레퍼토리 작품(시집가는 날)을 개작한 것에 불과해 창작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올해 인천연극계가 비교적 평가받을 수 있는 부분은 연극협회가 기획한 연극축제 성격의 공연이 몇차례 시도됐던 점을 들 수 있다. 상반기 수봉문화회관 소극장 살리기 연극축제나 하반기 인천연극활성화를 내걸고 8개 극단이 참가해 릴레이 공연을 했던 인천연극축제, 협회가 기획하고 극단들이 제작에 참가한 「데이 신따이」 「남자충동」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같은 시도는 종래 극단 위주에서 협회 중심으로 공연이 기획되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침체된 지역연극계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인천국제클라운마임축제라는 장르성격의 국제 연극축제가 민간극단에 의해 2년만에 개최돼 시민들과 함께 하는 연극만들기에 일조한 점도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획도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고 관객들은 여전히 인천연극계를 외면했다. 결과적으로 인천연극계는 우수한 기획자와 연출자, 자질있는 배우 빈곤에 시달려 기획력 미흡과 우수 인적자원 부족을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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