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미래 '식물'에 달렸다
▲ 스테파노 만쿠소 지음, 김현주 옮김, 동아엠앤비, 264쪽, 1만9000원.

식물은 의약품, 식품, 섬유, 건축자재, 에너지 자원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어 왔다. 게다가 매년 2000종 이상의 식물이 발견될 정도로 계속 확장되고 있다. 식물은 사막과 극지방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으며, 천적을 피하기 위해 위장술을 발전시키고, 화학물질을 이용해 동물의 행동을 조종하기도 한다.

식물의 이러한 생존 전략은 매우 정교하고 성공적이어서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의 중량 중 80% 이상을 식물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는 식물이라고 할 수 있다.

식물은 땅에 정착해 한곳에 머물기로 선택한 이후 동물과는 매우 다른 방법으로 진화했다. 그 결과 얼굴이나 팔다리, 내장기관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구조는 모두 사라졌다. 그러나 칡의 일종인 보퀼라는 눈이 없이도 주변을 살펴 가장 가까이 있는 식물의 잎을 모방하여 자신의 잎 모양을 바꾸기도 하고, 미모사는 뇌가 없어도 자극을 기억하여 위험하지 않은 자극에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또한 소나무는 비가 오는 날에는 씨앗이 멀리 퍼지지 못하기 때문에 솔방울을 닫아 두었다가 날이 맑아지면 솔방울을 활짝 열어 씨앗을 멀리 퍼트린다. 캡사이신을 만드는 캡시쿰 열매들은 매운 맛으로 인간들을 중독시켜 단 몇 세기 만에 지구 전체에 널리 확산될 수 있었다. 이러한 식물의 적응력과 문제 해결 능력에서 우리는 인류 미래의 해법을 발견할 수 있다.

지은이는 견고하게 건설돼 에너지 자급이 가능하고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최고의 모델은 식물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런 확신을 가지고 저자는 식물에 영감을 얻은 새로운 로봇 플랜토이드를 개발해 낸다. 플랜토이드는 10㎝가 조금 넘는 작은 로봇이다. 수천 개의 플랜토이드를 화성의 대기권에서 방출하면 씨앗처럼 대기 중에서 폭발해 넓은 지역으로 확산돼 각각 화성의 지표면 위에 닿는 순간 작동을 시작하여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지은이는 식물은 최고의 개척자 생물이기에 화성 같은 악조건에서도 뿌리가 화성의 지하층을 탐색하고 이러한 정보를 지구와 교환하여 화성의 토양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영화 <마션>처럼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할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스테파노 만쿠소는 이탈리아 피렌체 대학의 교수로 대학부설 '국제식물신경생물학연구소(LINV)'를 이끌고 있으며, '식물신호 및 행동국제협회(PSB)'의 창립 멤버이다. 2012년에 이탈리아 잡지 <라 레푸블리카>에서 '우리 삶을 바꿀 이탈리아인 20'에 선정되었고, 2013년 <뉴요커> 지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저서로는 <식물을 미치도록 사랑한 남자들>, <생물의 다양성>, <매혹하는 식물의 뇌> 등이 있다. <매혹하는 식물의 뇌>는 2016년 오스트리아 올해의 과학책으로 선정됐고, <식물 혁명>은 2018 프레미오 갈릴레오 상을 수상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